정치권, 댐 리모델링 촉구…환경단체는 수몰 문제로 반대

폭우 피해가 잦은 충북 괴산댐의 기능 전환을 요구하는 지역 정치권과 이를 반대하는 환경단체 등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홍수 취약' 괴산댐…"다목적댐 전환" vs "비현실적 대안"
국민의힘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국회의원과 송인헌 괴산군수, 신송규 괴산군의장, 이태훈 충북도의원 등은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우만 내리면 시한폭탄으로 변하는 괴산댐의 리모델링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최근 집중호우로 괴산댐이 월류했는데, 1980년 이후 물이 넘친 국내 댐은 괴산댐이 유일하다"며 "괴산댐을 이대로 뒀다가는 자칫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발전용 댐인 괴산댐은 국내 최대 다목적댐인 소양강댐과 비교해 유역면적은 4분의 1 정도로 넓지만, 총저수용량은 193분의 1에 불과해 폭우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댐 주변 주민들이 장마 때면 침수 걱정에 전전긍긍하는 일이 없도록 홍수 조절과 용수 공급 기능을 하는 다목적댐 전환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곽명환 충주시의원도 지난 27일 시의회 임시회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괴산댐은 치수 기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다목적댐으로의 변경을 제안한 바 있다.

'홍수 취약' 괴산댐…"다목적댐 전환" vs "비현실적 대안"
반면 환경단체 등은 괴산댐을 다목적댐으로 다시 짓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충북환경운동연대 등이 참여하는 전국댐연대는 이날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해 "괴산댐 하류의 이번 홍수 피해는 괴산댐 월류 때문이 아니라 하천 수용 능력을 넘는 빗물이 일거에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괴산댐은 홍수 조절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면서 "괴산댐을 다목적댐으로 변경하자는 건 충주 수주팔봉 지역에 달천댐을 짓자는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괴산은 물론 청주·충주·보은 일부 지역이 수몰될 수 있는 괴산댐 증축이나 달천댐 신축을 모두 반대한다"며 "개발 방식 자체를 바꿔 중소형저수지 등 다양한 '물그릇' 조성을 추진해 수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57년 건설된 괴산댐은 국내 기술진이 시공한 최초의 발전 전용 댐이다.

이 댐은 유역 면적에 비해 댐 용량이 작아 홍수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지난 15일에도 집중호우로 물이 넘치면서 하류인 괴산과 충주 지역에 침수 피해를 초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