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서 질문 던지자 지지자들 "No"…다른 후보들은 참석 압박
트럼프, 경선토론 불참 쐐기?…"군소후보들과 한 무대 서야하나"
내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후보 선출 첫 관문인 경선 토론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참 의사를 재차 확인하면서 공화당 경선이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말인 전날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유세에서 운집한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내달 경선 토론회에 참석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공화당 첫 경선 후보 토론회에 참석할지 여부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받아왔다면서 "내가 0, 1, 2, 3, 4%의 지지율을 가진 이들 옆에 서서 그들이 내게 적대적인 질문을 하도록 해야 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또 "내가 10명 또는 12명의 적대적인 사람들, 또 적대적인 매체와 함께 그 단상에 올라가 끔찍한 질문으로 곤욕을 치러야 하느냐"고도 했다.

이에 군중들은 한결같이 "아니다(No)"라고 외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렇다면 토론회를 건너뛰어야 하느냐'고 하자 군중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공화당 경선 후보 첫 토론회는 다음 달 24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폭스뉴스 주최로 열린다.

트럼프는 지금껏 공화당 경선 토론회 불참 의사를 수 차례 시사해왔는데, 이날 언행은 지지자들을 빌어 이런 방침을 굳히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 과반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사실상 그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없는 경선 상황에서 굳이 토론 무대에 서서 '불필요한' 흠집을 남기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져온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도 20% 안팎의 지지에 그치며 힘에 부치는 모양새이고, 그 외 다른 후보들은 5% 미만의 지지율로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다.

토론을 주최하는 폭스뉴스가 보수 성향의 매체이긴 하지만,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최근의 모습에 관계가 틀어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른 후보들은 트럼프의 토론 참석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달 초 뉴스맥스 인터뷰에서 누구도 후보 지명에 대한 당연한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후보자가 그것을 따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난 트럼프가 나타나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우리 모두처럼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난 토론에 참석할 것이며, 그것은 우리가 국가 미래에 대해 훌륭한 토론을 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는 최근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토론에 참석하지 않고 도망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 무대에서 그의 법적인 문제를 해명해야 한다고 했고,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토론을 회피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뿐더러 공화당 유권자에 대한 무례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유세에서 "나는 어떤 식으로든 토론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정한 토론회 참가 조건은 ▲ 최종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서약 ▲ 20개 주에서 최소 200명씩 4만명의 기부자 확보 ▲ 이달 1일부터 토론 전까지 전국 단위 여론조사 3곳에서 최소 1% 이상 지지율 확보 등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