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하반기 낸드 추가 감산"…낸드 수익성 강화 TF도
HBM 선두경쟁 치열할 듯…메모리 반등 앞당길까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에도 반도체 사업에서 총 7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지만, 시장 분위기는 1분기 실적 발표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단 DDR5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을 중심으로 D램 출하량이 늘며 1분기보다 적자 폭을 다소 줄인 데다, 재고도 정점을 찍은 것으로 확인된 만큼 '반도체 바닥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도체 바닥론' 힘 받는다…실적 개선 키워드는 감산·HBM
하반기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해 수요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낸드를 중심으로 추가 감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세로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가 늘며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 "낸드 감산 확대"…하이닉스, '낸드 수익성 강화 TF'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 개선 키워드는 감산과 HBM이다.

양사는 이번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나란히 기존의 감산 기조를 재확인하며 낸드 중심의 추가 감산 계획도 내놨다.

'반도체 바닥론' 힘 받는다…실적 개선 키워드는 감산·HBM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재고 정상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D램, 낸드 공히 제품별 선별적인 추가 생산 조정을 진행 중으로, 특히 낸드 위주 생산 하향 조정폭을 크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낸드 감산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만 밝혀 업계에서는 재고가 쌓인 DDR4를 중심으로 감산이 이뤄지는 것으로 예상해 왔다.

'반도체 바닥론' 힘 받는다…실적 개선 키워드는 감산·HBM
SK하이닉스도 감산 기조를 이어간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낸드는 재고 수준이 D램보다 높고 수익성이 저조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5∼10% 수준의 추가 감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청주사업장 소통행사에서 '낸드 수익성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말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마이크론도 D램과 낸드의 감산 규모를 기존 25%에서 30%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메모리 수요가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인다고는 해도 여전히 높은 재고 수준을 정상화하기에는 부족한 만큼 상대적으로 재고 수준이 더 높은 낸드 감산을 확대해 재고 정상화 시점을 앞당기고 메모리 반등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SK하이닉스의 재고 자산은 1분기 17조1천822억원에서 2분기 16조4천20억원으로 줄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재고자산 역시 1분기(31조9천481억원)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재고가 지난 5월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요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낸드를 중심으로 감산 폭을 확대함에 따라 2024년 타이트한 수급이 예상된다는 점은 공급업체들의 하반기 가격 협상에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모리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감산 공식화 이후 메모리 가격의 하락 폭은 둔화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은 4월 19.9% 급락한 데 이어 5월과 6월에도 각각 3.45%, 6월 2.86% 하락했지만, 낙폭은 다소 완화됐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0∼5% 하락하며 낙폭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 HBM 기대감에 생산 2배 이상↑
감산과 더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HBM이다.

최근 생성형 AI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방대한 데이터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메모리, 특히 HBM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AI 서버는 더 빠른 연산 처리를 위해 일반 서버와 비교하면 2∼8배의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생성형 AI 서버에 탑재되는 HBM3 가격은 기존 메모리보다 6배 이상 높다.

HBM이 수요뿐 아니라 수익성 면에서도 긍정적인 이유다.

양사는 "고객들 피드백을 보면 당사가 가장 앞서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SK하이닉스), "HBM 선두 업체로서 업계 리더십을 제고하겠다"(삼성전자) 등 HBM 기술 경쟁력을 과시하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반도체 바닥론' 힘 받는다…실적 개선 키워드는 감산·HBM
전체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중 HBM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4세대 HBM인 HBM3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1년 세계 최초로 HBM3를 개발했고, 올해 4월에는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으로 쌓아 24기가바이트(GB)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했다.

삼성전자도 HBM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6.4Gbps(초당 기가비트)의 성능과 초저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HBM3 16GB와 12단 24GB 제품의 양산 준비를 완료했다.

4분기부터 HBM3와 5세대인 HBM3P를 출하하고 내년부터 6세대 HBM도 양산할 예정이다.

'반도체 바닥론' 힘 받는다…실적 개선 키워드는 감산·HBM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HBM 수요는 2억9천만GB로 작년보다 60% 가까이 증가하고, 내년에는 30% 더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양사는 HBM의 생산도 투자도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캐파(생산능력)를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김재준 부사장은 "올해는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0억기가비트(Gb) 중반을 넘어서는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고, 하반기 추가 수주에 대비해 생산성 확대를 위한 공급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물량을 올해보다 2배 이상 늘리기 위해 HBM 제품 양산 확대를 위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둘 방침이다.

'HBM 역량 강화 TF'도 운영한다.

◇ '반도체 바닥론' 무게…3분기 적자 폭 더 줄일 듯
이런 가운데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3개 분기 만에 '깜짝'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반도체 바닥론'은 한층 힘을 받고 있다.

통계청의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분기 반도체 생산은 20.6% 늘며 5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6월 반도체 수출액은 89억달러로 연중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소 완만하지만 메모리 업황은 1분기를 바닥으로 분명히 개선 중"이라며 "웨이퍼 투입 축소를 통한 감산 등을 감안할 때 연말로 갈수록 공급 상황은 더욱 타이트해질 수밖에 없으며 수요는 AI 서버 등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바닥론' 힘 받는다…실적 개선 키워드는 감산·HBM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이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20곳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2.3% 급감한 3조65억원으로 예측됐다.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4조4천524억원으로 집계됐다.

DS 부문의 경우 3분기에 3조원 안팎의 영업 손실을 내고 이르면 4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은 출하량과 가격 모두 상승하며 영업 흑자 전환하고 낸드는 출하량 증가가 가격 하락 영향을 상쇄하며 적자 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바닥론' 힘 받는다…실적 개선 키워드는 감산·HBM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 규모는 3분기 1조7천269억원에서 4분기 7천693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SK하이닉스의 D램은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전체 영업이익은 1분기를 저점으로 완연한 회복세로 진입했고 D램 업황 역시 재고가 정점을 지나며 바닥을 통과 중"이라며 "차별화된 고부가제품을 통해 경쟁업체들과 가격 측면에서 차별화되고 있어 유의미한 실적 상향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반적인 수요 회복세가 더딘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DDR4와 낸드 재고, 증가하는 부채와 현금 흐름에 대한 우려, 추가 감산 폭 확대가 의미하는 것 등의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