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전기차 가격경쟁…'최고 실적' 현대차그룹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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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필두로 글로벌 업계 속속 가세…"수익성보다 일단은 점유율"
현대차·기아, 전기차 판매 인센티브 조정으로 대응
"(가격 경쟁 상황이)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좀 더 무게를 둬야 하는 부분은 수익성보다 시장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이 지난 27일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과 기아의 대응 방향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 2분기 나란히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경영상으로는 유례없는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량을 늘리고자 앞다퉈 전기차 가격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가격 경쟁을 주도하는 테슬라를 비롯해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 포드와 루시드 등 미국 완성차 기업, BMW와 폭스바겐 등 전통적인 유럽 자동차 업체까지 주요 기업들이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 인하 흐름에 가세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이 얼리 어답터(최첨단 제품을 먼저 구매해 쓰는 사람들) 중심에서 본격적인 대중화 단계로 진입하는 국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 문제나 첨단 모빌리티 기술에 관심이 큰 수요층이 이미 전기차를 구매한 상황에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넓어지는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당장은 '제값 받기'로 수익성을 추구하기보다 일단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판매량을 늘려 점유율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업계의 당면 목표가 되는 분위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지난 19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극적인 가치 상승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마진(이익)을 희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치는 엄청나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테슬라처럼 처음부터 전기차로 출발하지 않은 전통적 자동차 업체들은 전동화 역량을 여전히 시험받는 데다 주가에도 영향이 가는 터라 생산·판매량이 한층 더 신경 쓰이는 처지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2분기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는 호실적을 냈음에도 전기차 생산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실적 발표 당일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내연기관으로 시작한 전통적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도 이런 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양사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와 비교해 크게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현대차가 첫 양산차인 포니를 앞세워 '내연기관차 업체 시절의 헤리티지(유산)가 전동화에도 이어진다'고 강조하는 것도 시장의 이 같은 저평가에 대응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근 첫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을 글로벌 시장에서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전기차 가격 경쟁 구도에 관한 현대차와 기아의 고민이 묻어난다.
두 회사는 리스 등 상업용 차량을 제외하면 북미 최종 조립 등 요건을 담은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상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해 당장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에 유리하지 않다.
미국 조지아주의 첫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내년 하반기에나 양산을 시작한다.
다만 경쟁 업체들처럼 소비자 공급 가격 자체를 내리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어 해외 시장에서 인센티브를 인상하는 방안이 지금으로서는 그나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선택지로 거론된다.
딜러들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성격인 인센티브를 올리면 영업 활동을 촉진할 뿐 아니라 딜러 재량으로 고객에게 구매 가격 혜택을 주는 것도 가능해 결과적으로 가격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전무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의 세제 혜택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 전기차에 대해 더 높은 인센티브를 지불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는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도 "전기차 쪽 인센티브가 올라갈 것"이라면서 "수익성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비정상적 시점을 정면 돌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어디까지 어떤 방법으로 할지는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급별 신차 라인업의 지속적 확충도 점유율 확보를 위한 핵심 조건이다.
BYD가 올해 1만달러(약 1천300만원) 수준인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고, 폭스바겐과 르노, 테슬라 등도 3천만원대 수준인 소형 전기차 출시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며 '보급형 전기차' 시대를 예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경영 실적 자체는 좋지만 전기차 시장 경쟁 구도를 생각하면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은 많이 팔고 본다'는 것이 테슬라를 필두로 한 업계의 전반적 흐름인 만큼 현대차그룹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현대차·기아, 전기차 판매 인센티브 조정으로 대응
"(가격 경쟁 상황이)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좀 더 무게를 둬야 하는 부분은 수익성보다 시장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이 지난 27일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과 기아의 대응 방향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 2분기 나란히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경영상으로는 유례없는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량을 늘리고자 앞다퉈 전기차 가격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가격 경쟁을 주도하는 테슬라를 비롯해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 포드와 루시드 등 미국 완성차 기업, BMW와 폭스바겐 등 전통적인 유럽 자동차 업체까지 주요 기업들이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 인하 흐름에 가세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이 얼리 어답터(최첨단 제품을 먼저 구매해 쓰는 사람들) 중심에서 본격적인 대중화 단계로 진입하는 국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 문제나 첨단 모빌리티 기술에 관심이 큰 수요층이 이미 전기차를 구매한 상황에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넓어지는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당장은 '제값 받기'로 수익성을 추구하기보다 일단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판매량을 늘려 점유율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업계의 당면 목표가 되는 분위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지난 19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극적인 가치 상승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마진(이익)을 희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치는 엄청나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테슬라처럼 처음부터 전기차로 출발하지 않은 전통적 자동차 업체들은 전동화 역량을 여전히 시험받는 데다 주가에도 영향이 가는 터라 생산·판매량이 한층 더 신경 쓰이는 처지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2분기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는 호실적을 냈음에도 전기차 생산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실적 발표 당일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내연기관으로 시작한 전통적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도 이런 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양사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와 비교해 크게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현대차가 첫 양산차인 포니를 앞세워 '내연기관차 업체 시절의 헤리티지(유산)가 전동화에도 이어진다'고 강조하는 것도 시장의 이 같은 저평가에 대응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근 첫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을 글로벌 시장에서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전기차 가격 경쟁 구도에 관한 현대차와 기아의 고민이 묻어난다.
두 회사는 리스 등 상업용 차량을 제외하면 북미 최종 조립 등 요건을 담은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상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해 당장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에 유리하지 않다.
미국 조지아주의 첫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내년 하반기에나 양산을 시작한다.
다만 경쟁 업체들처럼 소비자 공급 가격 자체를 내리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어 해외 시장에서 인센티브를 인상하는 방안이 지금으로서는 그나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선택지로 거론된다.
딜러들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성격인 인센티브를 올리면 영업 활동을 촉진할 뿐 아니라 딜러 재량으로 고객에게 구매 가격 혜택을 주는 것도 가능해 결과적으로 가격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전무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의 세제 혜택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 전기차에 대해 더 높은 인센티브를 지불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는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도 "전기차 쪽 인센티브가 올라갈 것"이라면서 "수익성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비정상적 시점을 정면 돌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어디까지 어떤 방법으로 할지는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급별 신차 라인업의 지속적 확충도 점유율 확보를 위한 핵심 조건이다.
BYD가 올해 1만달러(약 1천300만원) 수준인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고, 폭스바겐과 르노, 테슬라 등도 3천만원대 수준인 소형 전기차 출시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며 '보급형 전기차' 시대를 예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경영 실적 자체는 좋지만 전기차 시장 경쟁 구도를 생각하면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은 많이 팔고 본다'는 것이 테슬라를 필두로 한 업계의 전반적 흐름인 만큼 현대차그룹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