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에 잇단 규제 완화책…특례보금자리론 반년 새 46조 신청
빚폭탄 자극 우려에 신중론 커져…DSR 유지하고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도 인상
규제 완화 속 가계대출 다시 '꿈틀'…고민 깊어지는 금융당국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규제 완화책을 쏟아낸 가운데 가계대출이 다시 꿈틀대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신중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이런 흐름을 의식해 역전세 보증금 반환 목적 등에 한해 대출 규제를 풀어주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원칙을 훼손하는 추가 완화는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6개월 만에 인상되는 등 그간 완화 기조와는 다른 방향의 정책 결정도 나오기 시작했다.

◇ 주택시장 침체기 당국 대출 규제 잇단 완화
30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정부의 잇단 대출 규제 완화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급격한 집값 하락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극도로 얼어붙은 주택 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의 거래를 지원한다는 차원이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부터 투기·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했고,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는 50%로 일원화됐다.

금리 상승기 속 실수요자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중금리보다 저렴한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도 올해 초 전격 출시됐다.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면 소득과 무관하게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데, 중도상환수수료도 없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적용되지 않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규제 완화 속 가계대출 다시 '꿈틀'…고민 깊어지는 금융당국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이 주택금융공사에서 제출받은 특례보금자리론 통계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특례보금자리론 신청 금액은 46조1천781억원에 달한다.

애초 세웠던 1년간 공급 목표(39조6천억원)를 감안하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폭발적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자격요건 등을 충족하지 못해 실제 대출을 받지 못한 사례를 제외한 유효 신청 금액은 지난 달 말 기준 28조2천억원으로, 공급 목표의 71%를 소진한 상태다.

최근에는 전세 사기나 역전세난 등 특정 사안에 한해 DSR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들도 이어졌다.

전세금 반환이 어려워진 집주인에 대해서는 DSR 40% 규제 대신 더 느슨한 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 60% 적용하는 식이다.

◇ 5대 은행 가계대출 석 달 연속↑…신용대출마저 20개월 만에 늘어
문제는 이런 규제 완화 기조 속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 부채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8천841억원으로 6월 말(678조2천454억원)보다 6천387억원 늘었다.

지난 5월에 1천431억원 늘어 2021년 12월(+3천649억원) 이후 처음으로 전월 대비 증가한 뒤 6월(+6천332억원)과 이달까지 3개월째 증가세다.

세부적으로는 가계신용대출(잔액 109조3천595억원)이 지난달 말보다 4천306억원 늘었다.

신용대출은 지난 2021년 12월(-1조5천766억원)부터 1년 7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1년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12조2천759억원)도 27일까지 8천752억원 불었다.

3개월째 늘었으며, 증가 폭도 6월(+1조7천245억원)보다는 작지만, 5월(+6천935억원)을 넘어섰다.

5대 은행의 이런 추세로 미뤄,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도 4월부터 7월까지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계속 줄다가 4월과 5월, 6월에 각 2조3천억원, 4조2천억원, 5조9천억원씩 전월보다 늘었다.

특히 6월 증가액은 2021년 9월(+6조4천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한은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이 더해져서 작년에 부진했던 주택 거래량이 연초부터 늘어나고 있다"면서 "주택거래량 증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은행 주담대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금융당국 "예의주시 중"…과감한 규제 완화 기조에도 '변화' 조짐
가계대출 증가세로 규제 완화 기조에 '신중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다시 급격히 늘고 있는 가계대출에 대해 "여러 금통위원이 많은 우려를 표했다"면서 "예상 밖으로 급격히 증가할 경우 금리나 거시 건전성 규제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내놓은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 보고서를 통해서도 DSR 예외 대상 축소 등 규제 개선을 주문했다.

규제 완화 속 가계대출 다시 '꿈틀'…고민 깊어지는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투기로 인한 시장 과열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면서도 필요 시 가계대출 관리 조처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며 "정책 방향에 있어 부동산 시장 안정화 측면과 가계대출 양쪽을 다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추가 규제 완화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읽힌다.

최근 역전세 반환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갭투자 등 다른 용도로 악용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신경을 쓴 모습이다.

추가적인 DSR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시각과 관련해서도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6개월 만에 인상되는 등 완화 일색 기조에 변화가 나타날 조짐도 보인다.

주택금융공사는 오는 8월 11일부터 특례보금자리론(일반형) 금리를 0.25%포인트(p)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금리 등 조달 비용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라며 "연초에 비해 시중금리의 급격한 상승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가계부채 증가 전환·일부 지역 부동산 상승 조짐 우려 등이 제기되는 점도 이번 금리 인상에서 고려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표] 특례보금자리론 신청금액
(단위 : 억원)
┌────┬────┬────┬────┬────┬────┬───┬───┐
│ 구분 │ 1월 │ 2월 │ 3월 │ 4월 │ 5월 │ 6월 │7월(~2│
│ │ │ │ │ │ │ │ 7일) │
├────┼────┼────┼────┼────┼────┼───┼───┤
│기존대출│ 34,935│ 54,968│ 26,274│ 15,446│ 14,026│11,393│ 8,449│
│ 상환 │ │ │ │ │ │ │ │
├────┼────┼────┼────┼────┼────┼───┼───┤
│신규주택│ 18,781│ 51,147│ 47,676│ 33,969│ 39,366│39,527│28,934│
│ 구입 │ │ │ │ │ │ │ │
├────┼────┼────┼────┼────┼────┼───┼───┤
│임차보증│ 4,826│ 10,011│ 7,015│ 4,358│ 4,299│ 3,453│ 2,926│
│금 반환 │ │ │ │ │ │ │ │
├────┼────┼────┼────┼────┼────┼───┼───┤
│ 계 │ 58,542│ 116,127│ 80,965│ 53,774│ 57,691│54,373│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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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제공 =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 주택금융공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