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임대철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임대철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27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이 회사 목표주가를 올리는 증권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지나면서 하반기에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실적 발표 후 이날 오전 10시까지 리포트를 낸 증권사 15곳 중 6곳이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올려잡았다.

하나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작년 9월 말 제시한 7만8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21.7% 상향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초 제시한 8만2000원에서 9만4000원으로 만 두달여만에 목표가를 14.6% 올렸다.

삼성증권은 목표가를 8만원에서 9만원으로 12.5%, 교보증권은 8만5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11.7% 상향했다. 메리츠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각각 8%, 6.25% 올렸다.

각 증권사는 삼성전자가 실적 '턴어라운드' 가시화 구간에 들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60조55억원, 영업이익은 668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전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2.3%, 영업이익은 95.3% 급감했다.
'9만전자 가나요'…삼성전자 목표가 올려잡는 증권가
하락폭이 크지만 증권가에선 오히려 긍정적 신호로 보는 분위기다. 반도체(DS) 부문 적자가 전 분기에 비해 줄어서다. 올 2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적자는 4조3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1분기는 4조5820억원이었다.

삼성전자가 감산에 돌입한 게 적자폭을 줄인 이유로 꼽힌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D램, 낸드플래시 모두 재고가 지난 5월 정점(피크)을 찍고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메모리 반도체를 추가 감산할 것이라는 계획도 공식화했다. 증권가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속도가 기존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지난 26일엔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를 5~10% 추가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D램은 출하량이 당초 가이던스를 소폭 밑돌았지만 가격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선방하며 적자 규모를 줄였다”며 “반도체 업황은 바닥 통과 시그널이 명확하게 포착됐기 때문에 실적과 업황의 '우상향 방향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증권가에선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삼성전자 모바일(MX)·네트워크 사업부문의 하반기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곧 시장에 나오는 갤럭시 Z플립·폴드5가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통상 스마트폰은 발매된 분기의 매출이 가장 높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가 없었던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MX·네트워크 사업부 매출이 전분기 대비 감소한 것도 이때문이다. 지난 1분기엔 '갤럭시 S23' 시리즈를 앞세워 사업부 영업이익이 3조9400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 2분기에는 9000억원(23.1%) 감소한 3조400억원만 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고용량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도 실적 변수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으로 AI 서버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며 "AI가속기의 핵심인 HBM(메모리)부터 2.5D 이종 칩 패키징(파운드리)까지 함께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 투자에 대해선 메모리 수급 환경 개선에 따른 업황 바텀아웃(바닥을 찍고 반등) 방향성, AI 서버 시장에서 갖게 될 경쟁력 등에 집중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부터 28일 오전 10시까지 리포트를 낸 15개 증권사의 삼성전자 평균 목표가는 약 9만1700원이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1.67% 내린 7만500원에 거래됐다. 실적발표 당일인 전날엔 주가가 2.27% 올라 7만1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