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중개보조원에게 수법 배워 84명으로부터 73억원 가로채
"형님, 저는 2∼3년 더 살아도…" 전세사기 조폭 등 구속기소
대전에서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수십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유정호)는 27일 사기 혐의로 폭력조직원 출신 임대인 A(44)씨와 B(40)씨를 구속기소하고 중개보조원 C(37)씨와 D(42)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선순위 보증금을 속이는 등 사기 계약을 방조한 E(37)씨도 사기 방조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A씨와 C씨는 2020년 9월 A씨 명의로 '무자본 갭투자'(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방식)를 통해 다가구주택을 사들인 뒤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깡통전세'로 임대하는 수법으로 지난 4월까지 세입자 72명으로부터 보증금 59억6천5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 등 4명은 또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세입자 12명으로부터 보증금 14억2천만원을 받아 챙기는 등 A씨가 낀 일당은 모두 84명으로부터 73억8천500만원을 편취했다.

C씨는 사촌 형인 D씨로부터 전세사기 수법을 배운 뒤 '무자본으로 다가구주택을 인수한 뒤 이자를 내며 2년만 버티면 수억원을 손에 쥘 수 있다'고 A씨에게 제안, 사기 행각을 벌였다.

D씨는 앞서 41억원대 전세사기를 기획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조폭을 성공한 사업가라거나 선순위 전세보증금 규모를 축소해 안전한 건물이라고 속이는 등 방법으로 세입자들을 안심시켰다.

세입자들은 뒤늦게 집주인이 조폭임을 알게 됐지만 보복이 두려워 형사 고소를 주저하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을 보면 B씨는 A씨에게 "형님, 저는 솔직히 징역 2∼3년 더 사는 것도 크게 걱정되지도 않고 말입니다"라고 말하는 등 거리낌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대학생, 신혼부부, 청년 등 부동산 계약 경험이 적은 사회 초년생들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입금된 보증금은 즉시 현금으로 인출해 버리고, 건물은 경매로 넘겨 고의로 파산시켰다"며 "월세는 비정상적으로 비싸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전세 계약을 유도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