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식민지화 피할 수 없었던 일…영국, 다른 유럽국보다 유익"
호주 전 총리 "영국의 식민지 된 것은 행운…개헌 실패할 것"
호주 역사상 두 번째로 오래 총리직을 수행한 존 하워드 전 총리(84)가 호주가 영국의 식민지가 됐던 것은 행운이라며 현 정부의 개헌 시도는 결국 실패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하워드 전 총리는 26일(현지시간) 발간된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17∼18세기에 호주 대륙이 식민지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호주에서 일어난 가장 운 좋은 일은 영국에 의해 식민 지배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더없이 성공적이었으며 유익한 식민지 개척자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호주 정부가 추진 중인 개헌이 결국 원주민들에 대한 금전적 배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반대한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해 총선에서 정권을 되찾은 노동당 정부는 공약에 따라 헌법에 애버리지널(호주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을 호주 최초의 주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대변할 헌법 기구 '보이스'를 설립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야당 등은 정부가 '보이스'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보이스를 통해 원주민들에 대한 금전적 배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워드 전 총리는 원주민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고 지역사회의 주류로 편승시킬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지만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합리적인 주장보단 '진부한 일반화'를 통해 사람들을 설득하려 한다며 "속임수가 있고 관련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불쾌감을 느낀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개헌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앞서고 있다는 것을 거론하며 결국 국민투표는 실패하고 불필요한 갈등만 낳으며 선거를 위한 정부 재정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워드 전 총리는 보수당인 자유당 당수 출신으로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2년 동안 총리로 재임, 호주 역사상 로버트 멘지스 전 총리(1939∼1941년, 1949∼196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총리직을 맡은 인물로 기록됐다.

호주의 개헌안은 국회를 통과해 오는 10∼12월 중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개헌이 되려면 국민투표 결과 찬성 응답이 과반을 넘어서고 6개 주 중 4개 주에서 과반 찬성이 나와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