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팬데믹 이후 첫 초청 외빈…열병식서 김정은 만날듯
방역 기조 반영해 초청국 제한…10년전보다 대폭 축소
'전승절' 고리로 북중러 한자리에…'3국 밀착' 과시
북한이 오는 27일,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을 맞아 치르는 성대한 행사에 중국과 러시아를 초청하면서 '북중러' 연대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4일 중국 당정 대표단을 초청한 데 이어 25일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군사대표단을 초청한다고 발표했다.

중·러 방북단은 전승절 70주년을 기념해 오는 27일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열병식에 참석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북한이 팬데믹 이래 꽁꽁 닫아뒀던 국경을 처음으로 단체 외빈에 개방하는 데다가 전승절 행사에 10년 만에 외국 대표단을 초청한 것이라 시선을 끈다.

특히 현재까지 공표된 초청 명단에 중국과 러시아만 포함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미일과 북중러 간 대립이 선명해진 국제정세 구도가 전승절 계기에 한층 또렷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유엔 무대에서도 시종일관 북한 입장을 두둔해왔다.

대북 제재 장기화와 국제적 고립으로 압박을 받는 북한으로서도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줄 중러와의 밀착이 전략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이 초청 대상을 제한한 데는 이달 초 실내외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해제한 상황에서도 아직은 외빈을 대규모로 들이기 부담스럽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북한은 '노마스크' 정책 이후에도 방역을 강조하는 보도를 수시로 내보내는 등 여전히 바이러스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2013년 전승절 60주년 당시에는 인도·캄보디아·라오스·네팔·수단·인도네시아·파키스탄을 비롯해 아프리카 각국 정부 대표단이 대거 방북해 북한 당국자와 만난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금 완전히 개방해서 외교적인 교류 협력이 이뤄지는 상황은 아니고 국경 봉쇄가 아직 유지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대규모 외교 사절단을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제한적인 형식을 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우방국 중국과 러시아를 우선 초청함으로써 '전승절 70주년'이라는 행사 의미도 살리고 3국간 친선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계기로 활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정전 70주년을 맞아 유엔참전 22개국 대표단을 초청해 벌이는 대규모 국제행사에 맞불을 놓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도 읽힌다.

'전승절' 고리로 북중러 한자리에…'3국 밀착' 과시
이번 전승절 열병식은 북한이 "대정치 축전으로 성대히 진행되게 된다"고 밝힌 만큼 대대적인 군사력 과시의 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열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북한 전략무기가 줄줄이 등장할 것이라는 점에서 내심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중국, 러시아의 용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중국의 경우 이번에 북한이 특별하게 취급하는 정주년(70주년)이라는 의미와 예전 관행으로 볼 때 국회부의장 격을 단장으로 내세워 대표단의 수위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북한이 최근 미사일 발사 등 연쇄 도발을 감행한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실장은 "중국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북중이 밀착돼 있다는 걸 의도적으로 크게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북한 전승절 70주년을 지나치게 홀대하는 느낌을 안 들게 (대표단을) 내세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한창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의 경우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파견한 점이 눈에 띈다.

홍 실장은 이에 대해 "실용적 측면이 강한 것 같다"며 '전승절'이라는 기념일의 성격에 맞추는 동시에 북러간 군사적 협력을 실무 차원에서 논의하려는 목적이라고 봤다.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측에 무기를 지원했다는 정황이 미국 당국에서 포착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