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3세로 도쿄 올림픽 부단장 역임…현 배구단 구단주·럭비협회장
"대회 요강·새 규정 완벽 숙지했다는 리포트 각 종목 지도자에게 받겠다"

최윤 항저우 AG 선수단장 "스포츠 향한 진정성으로 단장직 수락"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OK금융그룹 회장으로서 우리 회사는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스포츠에 대해서는 정말 뭐랄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거든요.

스포츠에 대한 진정성만 잘 표현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단장직을 수락했습니다.

"
최윤(59) OK금융그룹 회장은 오는 9월 3일에 만 60번째 생일상을 받고 나서 보름 남짓 후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장으로 선수단 본진을 이끌고 결전지 항저우로 떠난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구단주이며 대한럭비협회장인 최 회장은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부단장을 지냈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에서 나고 자란 재일동포 3세 최 회장은 도쿄 올림픽에서 인맥을 총동원해 한국 선수단을 열성적으로 뒷바라지했고, 2년 만에 이번에는 한국 선수단의 '얼굴'로 태극 전사들을 이끌고 두 번째로 국제종합대회에 참가한다.

성공한 기업인이자 열정적인 체육인인 최 회장은 국제종합대회에서 동포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한국 선수단을 이끄는 중임을 맡았다.

2012 런던 하계올림픽을 정점으로 한국 엘리트 스포츠는 국제 무대에서 내리막을 타는 중이다.

메달의 젖줄 노릇을 해 온 대기업의 지원도 크게 줄어들었다.

성적 부진, 관심과 후원 저하의 이중고를 겪는 고난의 시기에 한국 선수단장을 맡겠다는 이도 거의 없는 와중에 최 회장은 어렵사리 선수단장 직을 수락했다.

최윤 항저우 AG 선수단장 "스포츠 향한 진정성으로 단장직 수락"
최 회장은 숭례문이 보이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10층 OK금융그룹 사무실에서 1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바라는 스포츠 종목 단체를 맡고 있는 협회장으로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장으로 선임돼 너무나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편으로는 1천250명에 달하는 국가대표 선수단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이끌어야 할 선수단장 본연의 임무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프로 스포츠 구단주답게 "각 종목 지도자가 규정과 대회 요강을 잘 알아야 한다"며 이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해 '얼굴마담', '허수아비' 선수단장은 거부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최 회장은 1987년 나고야가쿠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나고야에서 요식업을 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8년에 벤처 캐피탈 회사의 대주주로서 한국에 진출했고 2004년 대부업체인 에이엔피 파이낸셜을 세운 뒤로는 줄곧 한국에서 살고 있다.

최윤 항저우 AG 선수단장 "스포츠 향한 진정성으로 단장직 수락"
다음은 최 회장과 문답이다.

--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장 제의는 언제 받았고, 언제 수락했는가.

▲ 6월 초에 제안받아 고민하다가 6월 말에 수락했다.

-- 한 달 정도 고민했는데.
▲ 두 가지를 고민했다.

먼저 제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과연 선수단장 직을 잘 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또 하나는 회사를 경영하는 처지에서 작년 말부터 올해 말까지 정말 (경영이) 어려운 환경 같다.

이런 분위기에서 나만 현장에서 빠져도 되는지를 숙고했다.

고민은 많이 했지만, 스포츠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터라 스포츠에 대한 진정성만 표현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수락하게 됐다.

-- 도쿄 올림픽 한국 선수단 부단장의 경험이 선수단장 직 수락에 영향을 끼쳤는지.
▲ 선수단장이든 부단장이든 선수는 물론이고 각 종목 감독, 코치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선수들을 많이 지원해야 하는데 (선수단장에 선임된 지 얼마 안 돼 갑자기) 지원을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앞선다.

그래도 한 번 해봐야죠.
--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내년 7월 파리 하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대회다.

한국 선수단의 성적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 저는 이번 아시안게임 성적에 대해서 구체적인 숫자를 가지고 상대 평가를 아직 해본 적이 없다.

절대 평가 자료 정도는 받았는데 '우리가 일본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설 수 있다'라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상황 같다.

제가 잘 아는 일본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엄청나게 투자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저는 파리 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우리나라 선수들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국 스포츠의 현주소와 지금의 실력을 충분히 이해하고, 파리 올림픽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대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각 종목 협회, 지도자, 선수들에게 그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도쿄 올림픽 땐 기대를 밑돈 성적의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지만, 코로나19가 사실상 사라져가는 올해에는 한국 스포츠의 실상을 제대로 깨달을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더 훌륭한 선수들이 등장할 수도 있고, 우리나라 불굴의 정신을 되살릴 기회도 될 것이다.

이런 점이 어우러져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최윤 항저우 AG 선수단장 "스포츠 향한 진정성으로 단장직 수락"
-- 도쿄 올림픽이 최 회장에겐 '안방'이었다면 중국은 전혀 다른 곳이다.

선수단장으로서 어떤 점에 집중할 예정인가.

▲ 어쨌든 지금 한중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다.

또 우리나라가 아닌 곳에서 대회가 열리면 조금 배타적인 부분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선수들의 안전과 식사 문제는 물론 제기될 만한 여러 불만 사항 등을 미리 고려해 대한체육회와 면밀히 검토하고 대비해 나가겠다.

다만 선수단장으로서 각 종목 협회 임원과 지도자들에게는 당부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

억울한 판정이나 결과를 피하기 위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종목별 대회 요강과 신설된 규정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혹시나 벌어질지 모르는 판정 시비는 체육회, 종목 국제단체와 협조해 대응하겠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 새로 생긴 규정과 요강을 몰라 당하는 패배까지는 감쌀 수 없다.

막연한 전례, 관행에 기대지 않고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가리기 위해서라도 각 종목 감독과 코치들에게 정확하게 새 규정을 숙지했다는 보고서를 대한체육회에 내도록 하고, 나도 보고받을 예정이다.

또 체육회에 역대로 (운영 지원이) 가장 어려웠던 대회가 어떤 대회였는지,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등을 문의했다.

가장 신속하게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잘 염두에 두겠다.

-- 5년 전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북단일팀도 결성하고 개·폐회식에 남북 공동입장도 했지만, 북한과의 관계가 차갑게 식은 요즘에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 됐다.

5년 만에 국제대회에 복귀하는 북한 선수단과 접촉할 계획은 있나.

▲ 스포츠에는 국경이 없다.

남북 관계 개선은 우리의 영원한 숙제다.

기회가 된다면 북한 선수단 관계자와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윤 항저우 AG 선수단장 "스포츠 향한 진정성으로 단장직 수락"
-- 도쿄 올림픽에서 가슴 벅찼던 장면 세 가지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선전을 당부하고 싶은 세 종목을 꼽는다면.
▲ 도쿄 올림픽에서 여러 경기장을 돌아다니다가 가장 먼저 금메달을 본 종목이 양궁이었다.

시상식 때 태극기가 올라가는 장면에선 눈물이 흘러나왔고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저와 같은 재일동포인 안창림 선수가 유도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럭비가 사상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을 때가 떠오른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럭비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

제가 또 배구 구단주인데 우리나라 남녀 배구가 국제 대회에서 최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아시아 무대에서만큼은 남녀 모두 은메달 이상은 수확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는 아시안게임을 통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가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온 국민이 이젠 다 아는 새로운 종목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 마지막으로 선수단장으로서 각오는.
▲ 스포츠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해외에 있는 동포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조국을 그리워하는 걸 보면 국가관을 확실하게 심어준다.

또 '할 수 있다'는 정신도 국민들에게 전파한다.

720만명 재외동포, 5천200만명 우리나라 국민을 비롯한 6천만명 한민족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선수단에 말씀드리고 싶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은 그동안 스포츠를 통해 받았던 감동과 은혜를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제대로 봉사해 갚으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앞장서 열심히 뛰어볼 참이다.

선수단장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테니 많이 도와주시고 성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