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무한 복사 가능"…지스트 연구팀 원격 에피택시 개발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는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이동선 교수팀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함께 하나의 반도체를 복사하듯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질화갈륨 원격 에피택시' 기술은 웨이퍼 위에 질화갈륨 반도체를 성장시킨 후 쉽게 떼어낼 수 있어 하나의 웨이퍼로 반도체를 복사하듯 계속 생산할 수 있다.

반도체의 구조는 크게 웨이퍼과 반도체 물질로 이뤄진다.

건물을 세울 때 기초(웨이퍼) 위에 건물(반도체 물질)을 지을 수 있는 것처럼 고품질의 반도체 물질을 성장시키려면 실리콘, 실리콘카바이드, 사파이어 등으로 만든 웨이퍼가 필수적이다.

반도체 물질은 이 웨이퍼 위에 웨이퍼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물질을 잘 정렬된 형태의 박막으로 성장시키는 에피택시 기술로 만들어진다.

기존 에피택시 기술로는 약 1μm(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반도체물질을 얻기 위해 대략 천 배인 1mm 두께의 웨이퍼가 필요하고, 실제 활용되는 반도체 물질만을 떼어내어 사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어려웠다.

연구팀은 질화갈륨과 유사한 특성을 갖는 '질화알루미늄(AIN)' 웨이퍼를 도입해 '금속 유기화학 기상증착' 방식만으로 질화갈륨 박막을 성장시키고 박리시키는 원격 에피택시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로 원격 에피택시 기술을 통해 결정성이 높고 값비싼 질화갈륨 반도체를 산업현장에서 복사하듯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연구팀은 실제로 반도체 생산에 적용될 경우 고품질의 반도체물질을 저렴한 가격에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스트 이동선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로 박리까지 가능한 '질화갈륨 원격 에피택시' 기술을 구현하는 방법과 필수 조건을 제시할 수 있었다"며 "MIT와의 지속적인 연구 교류를 통해 원격 에피택시 기술과 같은 반도체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지도하고 곽희민 박사과정생이 MIT와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 기술개발 사업과 개인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을 받았다.

재료과학·화학 분야의 저명 국제학술지인 'ACS Nano'에 지난달 6일 게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