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입국시 체포 선언' 야당 가처분 신청 대응 진술
애초 비공개 요청했으나 법원, 서면진술서 공개 명령
남아공 대통령 "푸틴 체포는 러시아에 대한 선전포고"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체포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선전포고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하우텡 고등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법원 서면진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는 정부의 무모하고 위헌적인 권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 뉴스24가 보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나는 국가 주권과 평화, 안보를 지키고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며 "러시아와 전쟁을 벌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어린이들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키는 등의 전쟁범죄 혐의로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남아공은 다음 달 22∼24일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 올해 의장국으로서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다.

하지만 남아공은 ICC 회원국으로서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어 푸틴 대통령의 방문 가능성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서면진술서도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이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에 대응해 제출한 것으로 대통령 측은 애초 비공개를 요청했다고 뉴스24는 전했다.

그러나 이날 법원의 공개 명령 이후 대통령실은 "ICC의 협력 요청, 그와 관련된 문서는 기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로마 규정(ICC 설립 협정)에 따라 비공개를 요청했을 뿐"이라며 "진술서 공개에 결코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DA는 앞서 지난 5월 30일 하우텡 고등법원에 브릭스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정부가 그를 체포해 ICC에 신병을 인도할 것을 선언하도록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는 2015년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를 주최한 남아공 정부가 다르푸르 학살을 이유로 ICC 체포 영장이 발부된 오마르 알바시르 당시 수단 대통령을 체포하지 않은 것은 불법이라는 남아공 대법원의 판결에 입각한 조처라고 DA는 설명했다.

DA의 엘자네 존커 변호사는 라마포사 대통령이 진술서에서 "푸틴 대통령이 ICC 체포 영장으로부터 면책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동시에 그가 체포될 것이라고도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가처분 신청 건은 오는 21일 하우텡 고등법원의 공개 법정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뉴스24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