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주최 토론회서 "연구자에게 1시간 내 국제협력과제 내라 해…졸속 우려"
출연연 노조들, R&D 예산 재검토 정부방침에 불만
"시약 구매나 연구활동에 쓰는 직접비 20%를 삭감하면서 이를 만회하려면 국제공동연구를 제안하라고 하니 기관에서 한 시간 내로 연구자들에게 국제협력 과제를 내라고 요청했다.

완벽하게 내도 잘 통과가 안 되는데 이런 식이면 통과시켜주겠나.

예산을 결국 깎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사업인 성층권 태양광 비행기 예산을 삭감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원래 개발계획은 2대를 만들려 했는데 이제는 1대만 만들고 1대는 태양광 패널이 없는 본체만 만들어야 한다.

"
정부출연연구기관 노조 관계자들은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주최로 열린 '사상 초유의 연구개발(R&D) 예산 백지화,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정부의 최근 R&D 예산 재검토 조치 이후 이런 일들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가 R&D 사업 재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내년 예산 20%를 삭감하는 안을 제출하는 등 예산 재조정을 앞두고 진통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이들은 연구예산뿐 아니라 기관운영비와 한국연구재단 등을 통해 지원하는 정부수탁과제 등도 예산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창재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전기연구원 지부장은 "한 출연연은 올해 경상비가 89억원인데 전반기에 쓰고 남은 46억 중 12억원을 감액하라고 요구했다"며 "연구비는 내년 과제를 줄이란 거지만 경상비는 하반기를 줄이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확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 부위원장도 "기재부가 비공식적으로 기관운영비를 최대 26.7% 줄일 것을 통보했다고 한다"며 "매년 삭감하라는 지시는 있었지만, 이번엔 원장이 다친다며 고압적으로 나와 모든 출연연이 납작 엎드렸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제동국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노조위원장은 "9월 내려올 수탁사업도 25% 삭감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고 한다"며 "이미 하는 과제도 삭감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삭감한 연구예산을 국제협력사업으로 전환하는 것도 졸속으로 이뤄지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강천윤 전국과학기술노조 위원장은 "각 기관에서는 R&D 과제를 만들기 위해서 내부에서 경쟁을 통해 걸러진 주자를 내보낸다"며 "국제협력이나 공동연구를 2~3일 내로 내라고 하면 졸속으로 내게 될 텐데 과연 제대로 시행되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공동연구든 협력하든 하려면 내가 가진 게 있어야 한다"며 "연구자의 연구가 우위에 있든, 상대가 연구해보겠다고 관심을 가질 만한 인프라가 있거나 하지 않으면 공동연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명호 과기노조 정책위원장(항우연 지부장)도 "국제협력도 우리 수준이 올라가고 나면 선진국이 기술을 뺏길까 걱정하며 잘 협력해주지 않는다"며 "인력을 키우기 위해 과제를 만드는 건 좋지만, 단시일 내에 뭔가 한다면 사기꾼에게 돈만 가져다주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은 "하루 이틀 걸린 게 아니고 수개월 논의를 거쳐 여러 차례 심사를 거치며 현장 전문가 소통하고 검토한 게 대통령 말 한마디에 백지화된 상태다"며 "현장의 혼란도 혼란이지만 R&D 예산이 부실하게 편성되고 현장이 황폐해진단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