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구상나무 암꽃 개화 92.7% 급감…"해거리 현상"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개화 상황·분포 상황 특성 연구

한라산 자생 특산종 구상나무의 암꽃(암구화수) 개화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올해 한라산 구상나무 암꽃 개화량은 그루당 8.8개로 지난해 그루당 개화량 120.2개와 비교하면 92.7%나 감소했다.

지역별 구상나무 암꽃 개화량은 왕관릉 일대에 있는 구상나무에서 평균 6.1개가 달려 있어, 지난해 같은 지역에 서식하는 구상나무의 평균 234.8개보다 97.4%나 줄었다.

방애오름 일대에서도 평균 36.6개로, 지난해 평균 117개와 비교해 68.7% 감소한 것으로 관측됐다.

암꽃 개화량 급감은 한라산 구상나무에서 한해를 건너 꽃이 피는 '해거리 현상'이 뚜렷해 빚어진 것으로 세계유산본부는 판단했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한라산 구상나무 암꽃 개화가 연도별로 큰 변화를 보임에 따라 개화 상황과 품종별 분포 상황조사 등 특성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부터 구상나무 군락지인 영실, 성판악, 왕관릉, 방애오름, 윗세오름, 백록샘, 큰두레왓 등 7개 지역 10곳에서 조사 대상 구상나무를 선정해 매년 암꽃 개화량 등을 조사하는 중이다.

세계유산본부는 또 2026년까지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전략을 마련하고 중장기 보전 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구상나무는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서 세계에서 '한국전나무'(Korean Fir)로 불리며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트리 나무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구상나무의 실제 분포지역은 한라산, 지리산, 가야산, 덕유산 등 남부 고산지역에 한정돼 있다.

이 중에서도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국내 다른 구상나무와 달리 한라산의 기후에 적응하면서 '한라산형'의 독특한 유전자로 구성된 것으로 환경부의 조사에서 나타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