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케이맥스의 미국 자회사 엔케이젠바이오텍이 ‘2023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회의(AAIC)'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사진=김예나 기자
엔케이맥스의 미국 자회사 엔케이젠바이오텍이 ‘2023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회의(AAIC)'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사진=김예나 기자
엔케이맥스의 미국 자회사 엔케이젠바이오텍이 16일(현지시간) 자연살해(NK)세포치료제 ‘SNK01’의 알츠하이머(AD) 임상 1상 중간 데이터를 최초로 공개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이날 개막한 ‘2023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회의(AAIC)'에서다.

AAIC는 알츠하이머 분야의 세계 최대 규모 학회다. 오는 20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닷새 동안 열린다. 이번 학회에서 엔케이젠바이오텍은 SNK01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회사는 SNK01이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부작용 없이 투여가 가능한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도나네맙’의 부작용 이슈가 커지는 상황에서, SNK01은 부작용 없이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SNK01이 알츠하이머 증상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약물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기존 치료제는 알츠하이머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그친다. 레켐비는 인지 저하 속도를 27% 감퇴시키는 약물로 주목받았지만, 인지 능력 향상과 완치는 불가능하다는 한계점이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AAIC에서 만난 폴 송 엔케이젠바이오텍 대표는 “이번 임상 1상을 통해 SNK01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 능력을 향상하고 관련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개선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알츠하이머 증상 악화를 지연시키는 것이 아닌, 증상 개선이 가능한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 1상서 안전성·유효성 확인

이번에 공개된 데이터는 56~85세의 경증 5명, 중등증~중증 5명 등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SNK01을 3주마다 총 4번 정맥 투여한 중간 결과다. 임상에서는 SNK01 저용량(10억개), 중간용량(20억개), 고용량(40억개)를 투여해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했다.

엔케이젠바이오텍은 SNK01 마지막 투약 후 1주, 12주 후 인지 척도(CDR-SB, ADAS-COG, MMSE)와 뇌척수액(CFS) 바이오마커(Aβ42, Aβ42/40, pTau181) 및 신경염증마커(GFAP, NfL, YKL-40) 지표를 확인했다.

투여 결과 SNK01의 안전성을 입증했다. 폴 송 대표는 “SNK01은 환자 본인의 NK세포를 이용해 배양한 세포치료제로, 부작용 없이 안전한 투여가 가능하다”며 “NK세포는 과하게 활성이 올라가더라도 T세포 치료제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나 면역거부반응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SNK01은 90% 이상의 활성도와 99% 이상의 순도로 배양되며, 유전자 변형이 없어 안전한 투여가 가능하다”며 “현재까지 모든 임상에서 SNK01 관련 부작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유효성 측면에서는 CDR-SB, ADAS-Cog, MMSE 등 세 가지 인지 능력을 평가한 결과, 마지막 투약 1주 후 각각 70%, 60%, 50%의 환자들이 안정화(stable) 혹은 개선(improved)되는 효과를 보였다. 또 마지막 투약 12주 후 검사에서도 각각 67%, 83%, 83%의 환자들이 치료 효과를 유지했다고 했다.

SNK01은 중등도와 중증 환자에게서 효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다고 했다. 폴 송 대표는 “레켐비와 아두헬름은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현재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를 직접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며 “SNK01은 중등도와 중증 환자 대부분의 인지 기능 개선과 질병을 안정화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SNK01은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즉각적인 투여 효과가 있는 약물”이라며 “SNK01 마지막 투약 1주와 12주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투약 후 1주 후에 바로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했다.

임상 1상에서는 SNK01의 장기 치료의 필요성도 확인됐다. CSF 바이오마커인 pTau181는 마지막 투여 1주 후 70%의 환자에게서 감소했다. 이후 마지막 투약 12주 후에는 50%의 환자에게서 pTau181 수치가 다시 증가하는 것을 관찰했다.

폴 송 대표는 “SNK01의 투약이 중단되면 일부 환자의 CSF 바이오마커와 신경염증마커의 수치가 다시 증가했다”며 “SNK01의 직접적인 치료 효과와 장기 치료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로, SNK는 부작용이 없어 장기 투여를 통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용량 증가에 따라 pTau181 및 신경염증 지표들의 수치가 개선됐다. 고용량 투약 환자 중 한 명의 MMSE 점수는 14에서 22로 증가했고, ADAS-cog 점수는 32에서 24로 감소했다, CDR-SB 점수는 10에서 5.5로 감소해 세 가지 인지 능력 평가지표 모두가 개선됐다. pTau181, GFAP 수치도 뚜렷하게 감소했다.

폴 송 대표는 “더 높은 용량의 치료가 알츠하이머 연관 신경염증을 억제하고 바이오마커 수치를 조절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음을 확인한 결과”라며 “고용량 치료 시 더욱 긍정적인 장기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엔케이젠바이오텍은 이번 임상 1상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2상을 고용량 투여와 더 장기적인 투여 디자인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폴 송 대표는 “후기 임상을 미국에서 진행하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며 “연내 후기 임상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뇌 면역환경 개선…활성화된 NK세포 생산으로 BBB 투과 강점”

SNK01은 뇌의 면역환경을 개선해 알츠하이머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제다. 알츠하이머는 아밀로이드베타, 타우 등 비정상 단백질 응집체(플라크)가 축적돼 발병한다. 기존 항체치료제들은 비정상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SNK01은 뇌에서 인터페론감마를 분비해 활성을 잃은 미세아교세포를 정상화한다. 뇌 속 미세아교세포는 비정상 단백질 플라크를 먹어 없애는데, 미세아교세포가 활성을 잃으면 이들을 식균하지 못해 비정상 단백질이 쌓인다. SNK01은 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다시 비정상 단백질을 먹어 치울 수 있도록 해 뇌의 면역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자가면역질환의 유발도 막는다.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 대부분은 자가면역질환을 갖고 있는데, 이로 인해 알츠하이머 증세가 악화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엔케이맥스는 17일간의 SNK 배양 과정에서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를 돕는 다양한 수용체의 발현을 높인다.

폴 송 대표는 “SNK는 NKG2D와 DNAM-1 수용체를 이용해 손상된 뉴런과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반응성 T세포를 제거한다”며 “이를 통해 자가면역질환 유발을 막아 신경퇴행성 질환 악화를 막는다”고 설명했다.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핵심인 뇌혈관장벽(BBB) 투과에도 강점이 있다. SNK01은 CX3CR1 수용체를 통해 효율적으로 BBB를 투과하고, SNK가 뇌 안에서 중추신경계로 이동하는 것을 돕는다고 했다.

폴 송 대표는 “엔케이맥스와 엔케이젠바이오텍의 핵심 기술은 모든 환자나 공여자로부터 매우 향상되고 활성화된 NK세포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SNK01은 BBB를 통과할 수 있도록 활성화돼, 이러한 NK세포를 정맥 주입함으로써 뇌 속 비정상 단백질과 신경염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