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렐 EU 외교대표 "디리스킹, 중국을 표적으로 삼지 않아"
中 왕이, EU에 "디리스킹이 디커플링의 대명사 되면 안 돼"
중국의 외교 부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유럽연합(EU) 외교 책임자와 만난 자리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의 대명사로 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 위원은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회의 계기에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와 회담하면서 중국과 유럽이 "경제 문제의 정치화, 도구화를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디커플링은 공급망과 산업망 전반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의미로 해석됐다면 디리스킹은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는 첨단 과학기술 분야로 표적화한 선별적 조치라는 것이 미국 측 설명이다.

앞서 셰펑 주미 중국대사는 지난달 7일(미국 현지시간)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행사 연설에서 디리스킹에 대해 중국인들은 "약탕기만 바꾸고 약은 바꾸지 않은 것으로 느낀다"며 "중국인들은 둘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고 평가했다.

왕 위원의 이번 발언은 1개월여 전 셰펑 대사의 발언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일단 디리스킹이 디커플링과 다른지 지켜보겠다는 의중이 내포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9일 베이징에서 나흘간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며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뒤 "디커플링과, 핵심적 공급망 다양화 및 표적화한 국가안보 조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계 최대의 두 경제 대국을 디커플링하는 것은 두 나라에 재앙적일 것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할뿐더러, 실질적으로 실행할 수도 없는 일임을 안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보렐 대표도 왕이 위원에게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은 '네 속에 내가, 내속에 네가 있는' 것이어서 유럽과 중국의 '디커플링'은 비현실적이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보렐 대표는 이어 "디리스킹은 절대 중국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며 "EU는 지금까지 중국의 발전을 방해할 의사를 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中 왕이, EU에 "디리스킹이 디커플링의 대명사 되면 안 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