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배달·구연동화에 어르신 치매예방까지…30년 자원봉사 경력
[#나눔동행] '팔방미인' 자원봉사자 김해 배정숙 씨 "제가 위로받아요"
경남 김해시 동상동 주민 배정숙(66) 씨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김해시자원봉사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지역 대표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다.

'1365자원봉사 포털'은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개인의 봉사 시간을 집계한다.

사이트 개통 후 2012년 10월부터 배 회장이 차곡차곡 쌓은 자원봉사 시간은 무려 2천459시간에 이른다.

그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눈을 뜬 계기는 '1365자원봉사 포털' 사이트가 개통하기 훨씬 전인 1993년부터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니 시간이 남았어요.

부녀회를 하면서 동네 쓰레기를 모아 차에 실어 보내는 일을 한 게 자원봉사 시작인 거 같네요.

"
그렇게 시작한 자원봉사가 30년을 훌쩍 넘겼다.

배 회장의 봉사활동은 폭이 넓다.

한가지라도 제대로, 꾸준히 하기 힘든 자원봉사를 요즘에도 일주일에 2∼3일씩 꼭 이어간다.

그는 동네 홀몸 어르신에게 도시락 배달을 정기적으로 한다.

밀키트 형태로 밥, 반찬, 죽을 홀몸 어르신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전달한다.

"혼사 사시면서 밥을 못 해 드시는 분들이 많아요.

도시락을 갖다 드리면 냉장고에 넣어놓고 두세끼 정도 드시는데, 말벗도 되어 주고 빨래, 청소도 한 번씩 해드리고 미역국 등 간단한 국을 끓여드릴 때도 있어요.

"
배 회장은 "어르신들이 도시락 배달을 많이 기다린다"며 "조금만 늦어도 전화가 온다.

비가 와도 가야하고, 눈이 와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눔동행] '팔방미인' 자원봉사자 김해 배정숙 씨 "제가 위로받아요"
배 회장은 자원봉사를 더 잘하고픈 마음에 전문기관 교육 수강은 물론,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국학진흥원에서 1년간 구연동화 교육을 받고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에게 '이야기 할머니'로 통하는 배 회장.
그는 "동화를 다 외워야 하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다정하게 말을 해야 해 이 나이에 보통 힘든 게 아니다"고 웃었다.

노인두뇌훈련지도사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땄다.

동상동 9개 경로당을 다니며 어르신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숫자를 세거나 손가락을 폈다 오므렸다 하면서 두뇌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치매 예방을 돕는다.

양로원 등에서 어르신 생일잔치가 열리면 직접 색소폰, 하모니카를 불 정도로 팔방미인 자원봉사자다.

캘리그라피(손글씨)까지 배워 동네 집마다 문패를 달아주기까지 했다.

급식 봉사도 빠뜨리지 않는다.

삼계노인종합복지관, 구산복지관 등에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400∼500명분 밥을 짓고, 배식 후 설거지까지 도맡는다.

봉사를 계속하게 한 원동력은 뭘까.

[#나눔동행] '팔방미인' 자원봉사자 김해 배정숙 씨 "제가 위로받아요"
배 회장은 "어르신들이 '정말 고맙다"고 한마디 해주실 때마다 마음이 그렇게 기쁠 수 없다"며 "자원봉사를 하면서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이 공무원 시험에도 합격했다.

자원봉사가 가족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배 회장은 "가족 모임보다 자원봉사가 최우선"이라며 "아무리 다른 약속이 있어도 자원봉사를 먼저"라고 강조했다.

가족은 배 회장이 꾸준히 자원봉사를 하게 하는 든든한 우군이다.

그는 "자원봉사가 생활화되다 보니 가족들도 이제는 받아들인다"며 "남편은 봉사활동 잘하고 오라며 누룽지도 끓여 줄 정도로 격려해 준다"고 자랑했다.

30년 넘게 자원봉사를 했으면 이제 쉴 때가 되지 않았을까.

배 회장은 "다행스럽게 몸이 불편한 데가 없다"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10년, 20년이고 쭉 이웃들을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