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용해 숨진 독재 저항 가수 이미지 활용…"손가락질 받을 광고"
브라질서 군부독재에 협력했던 폭스바겐 '딥페이크 광고' 논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이 브라질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광고를 선보였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14일(현지시간) 브라질 매체 G1과 오글로부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 7일께부터 브라질 국민가수 엘리스 헤지나(1945∼1982)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TV 광고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엘리스 헤지나가 1960∼7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타입2'(일명 마이크로버스)를 몰며 노래하다, 옆에서 폭스바겐 전기 승합차 'ID버즈'(타입2 외관 디자인 차용)를 운전하는 자기 딸이자 역시 유명 가수인 마리아 히타와 듀엣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하지만 실제로는 엘리스 헤지나의 경우 마리아 히타가 4살 때 숨졌다.

브라질 진출 70주년을 맞은 폭스바겐 측은 AI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엘리스 헤지나를 화면에 되살릴 수 있었다고 현지 매체에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브라질 음악 역사상 위대한 가수 중 한 명과 현시대에 아이콘으로 성장한 그녀의 딸이 재회했다"며 "2천400시간 이상의 시간과 공을 들여, AI 기술로 아주 독특한 순간을 만들어 냈다"고 홍보했다.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의 광고는 그러나 폭스바겐 기획 의도와는 달리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구설에 올랐다.

비판의 목소리는 폭스바겐의 과거 행적을 주로 문제 삼고 있다.

폭스바겐이 브라질 군사정권(1964~1985년) 시절 군부와 협력해 노동자를 고문하는 등 광범위하게 인권을 유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폭스바겐도 관련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이 당시 엘리스 헤지나는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활동을 하다 탄압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라거나 '윤리적·도의적으로 손가락질 받을 만한 광고'라며 폭스바겐에 대한 성토 분위기가 조성된 상태라고 G1은 전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 측은 별도의 성명을 내 "엘리스 레지나 이미지 사용 등 초상권에 대해 유족 측과 사전 합의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거센 논란 속에 브라질 광고 관련 감시 기관(CONAR)은 광고윤리 위반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CONAR는 "사망한 사람을 광고에 활용하기 위해 AI 기술을 사용하는 게 옳은지, 일부 어린이와 청소년이 허구와 현실을 혼동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1953년 브라질에 자동차 공장을 설립했다.

당시 다국적 자동차 기업이 브라질에 공장을 건설한 것은 폭스바겐이 처음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