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에서 '바이오산업 인력난문제 무엇이 해답일까' 세션.  /한국바이오협회 제공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에서 '바이오산업 인력난문제 무엇이 해답일까' 세션. /한국바이오협회 제공
바이오업계의 산학 협력이 산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업계의 인력난이 심각해 직원을 채용하더라도 모두 새로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라 교수 추천 졸업생도 외면하는 형편이다. 외국 스타 연구인력을 영입하려 해도 복잡한 이민절차가 발목을 잡고 있다. 바이오산업에서 애써 키운 BT(바이오)+IT(정보통신) 융합인재들이 고액 연봉을 내건 네이버 카카오 등으로 이직하는 것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산으로 가는 바이오 산학협력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헬스케어 박람회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에서 '바이오산업 인력난문제 무엇이 해답일까' 세션에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같은 성토가 이어졌다. 바이오협회가 인력문제 관련 세션을 개설한 건 박람회가 시작된 지 10여년만에 처음이다.

김홍석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이날 패널토론에 참석해 "바로 현장에 투입할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며 "최근 150명의 이력서를 받아도 한 명도 뽑을 사람이 없었다"고 한탄했다.

종근당은 석박사급 연구인력이 360여명으로 연봉이 제약업계에서 높은 편이라 연구직 구직자 선호도 1순위 제약 기업이다. 하지만 김홍석 실장은 "요즘 대학과 제약사 간 교류가 별로 없어 채용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교수들도 평소에는 교류를 안하다가 국책과제를 따야할 때 어쩔 수 없이 산업계 협력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그는 꼬집었다. 그는 "고급인력, 중간관리자급, 실무담당자 모두 부족하다"며 "대학내에서 현장 산업계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강의가 없다"며 "이런 강의가 많아져야 학생들도 제대로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상무 역시 "대학 관계자들과 애기해보면 예상보다 산업계 사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대학에서 채용을 구애하지만 기업이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학이 기업을 찾는 데만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현실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산학공동 R&D, 인턴십, 현장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RA, BIT융합 인재 부족...툭하면 네이버 카카오로 이직

최신 연구분야와 해외 규제담당(RA) 인력의 부족도 호소했다. 이은정 SK바이오사이언스 TM팀장은 "기초개발, 임상, 물질개발, 생산, 품질, 유통, 마케팅 등 여러 업무 중 인재 채용이 가장 어려운 분야는 면역학 연구개발자"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병 등에 대처할 수 있는 면역학 연구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을 뚫고 유럽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인증 등이 필요한데 여기에 특화된 해외 RA 인력도 구하기 어렵다고 그는 호소했다.

김종석 실장 역시 "RA쪽 인재가 없어 멘땅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원들 공부를 시켜놓으면 연봉이 2배 가까이 높은 임상위탁기관(CRO)로 이직해버린다"며 "바이오대학원에도 RA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정 팀장은 "국내에서 양성된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우리들끼리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전쟁터'가 됐다"며 "면역학, 해외 RA 등의 인재를 찾기 위해 링크드인을 엄청 뒤지고 있다"고 했다.

BT와 IT 융합인재 확보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글로벌 유전체 분석기업인 테라젠바이오의 김태형 유전체사업본부 상무는 "BT와 IT 융합인재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인력 수급이 안돼 코딩만 할 줄 알면 무조건 뽑아 우리가 BT를 가르치는 형편"이라고 한탄했다.

그런데 그마저 임금 부담이 커 베트남에서 인력을 구해오는 형편이라고도 했다. BT와 IT 간 연봉 격차가 1.5배에서 2배 가량 나다보니 직원을 채용해도 IT로 이직해버리는 것이 문제다.

김홍석 실장은 "BT, IT 융합 인재를 채용하려고 1년 6개월간 지원을 받았지만 해당 인재가 없어 아예 채용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임상과 기초에 두루 경험이 많은 의사과학자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비자 받느라 하세월... 정부 규제 철폐해야 기업들 안심하고 인재투자

글로벌 인재 채용시 이민정책(비자)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은정 팀장은 "대부분 외국인 임원들은 한국에 와서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하는 지,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 어려워한다"며 "한국 정부에 비자 발급 프로세스를 빨리 해달라는 요구도 많다"고 지적했다.

손지호 상무 역시 "국내에서 글로벌 신약개발 경험, 인증 경험 있는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해외 채용 수요가 높다"며 "해외 인재를 채용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연봉과 비자"라고 지적했다.

바이오산업 규제를 풀어야 인재 채용의 장애물도 궁극적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김태형 상무는 "미국 서부에 알토스라는 바이오기업은 100만달러 연봉을 제시하며 '포닥(박사후 연구원)'을 끌어모으고 있다"며 "한국도 인재에 투자하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겁이 나서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처럼 규제를 과감이 풀어 한국의 우수 인재들이 학계에 남지말고 산업계로 유입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선 학계와 산업계간 연봉 격차가 커 대부분 산업계로 우수 인재가 몰리지만 한국은 대부분 교수로 남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정부의 예산 지원도 호소했다. 김태형 상무는 "바이오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30여개 유전체 기업들의 수요에 맞는 전문가 80여명 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예산문제로 정부의 지원이 끊겼다"며 "현장 기업의 호응이 높은 사업은 정부가 장기적인 투자를 고려해달라"고 했다.

HR컨설팅회사 딜코리아의 김주형 사업 리드는 이날 세계 바이오업계 채용 트렌드에 대해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연구 인건비 문제 때문에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동남아시아, 인도, 아프리타, 아시아 등에서 인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미국은 비자받기 어려운 국가이지만 논문이나 수상 경력이 있는 고급 인력에 대해선 O1비자가 쉽게 나온다"며 "바이오 제약의 좋은 인력들이 미국으로 많이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