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달 발표 예상…반도체·AI·양자컴퓨터 등 표적
관계 안정화 위해 그간 연기…NYT "中견제 글로벌 선례로 의미"
美, 中기술산업 투자제한 임박…"소통로 복원에 시험대 될 것"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잇단 고위급 인사 방문을 통해 중국과의 외교적 소통 복원에 힘쓰고 있지만, 조만간 발표될 대중(對中) 투자제한 조치로 인해 양국 관계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가 검토 중인 대중국 투자제한 조치가 중국 지도부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두 경제 대국이 복원하려는 새로운 소통 채널이 유지될지를 판가름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한두 달 새 고위급 인사를 잇달아 중국에 보내 고위급 소통 채널 복원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중국 정찰 풍선 사태로 대립하던 양국은 지난 5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시작으로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난 6∼9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잇따른 방중으로 한동안 단절됐던 고위급 소통에 물꼬를 텄다.

이어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가 조만간 중국을 찾을 예정이고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뒤따라 중국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두 초강대국의 대립이 국제질서 안정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미국 대선을 한 해 앞둔 지금이 양국 관계의 추가 악화를 막을 적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조만간 발표 예정인 대중국 투자제한 조치는 양국 관계 개선 시도에 다시금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잠재적인 악재로 꼽히고 있다.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대중국 투자제한 조치가 이달 중 공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국방 관련 분야 등 특정 민감 기술에 대한 해외투자 제한 프로그램을 행정명령 형태로 발동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미국의 벤처투자 노하우와 자금이 중국의 군사적 능력을 진전시키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민감 기술 육성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기본 의도다.

조지타운대 기술정책 연구조직인 안보·신기술센터(CSET)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21년 미국 투자자 167곳이 중국 인공지능(AI) 기업투자 401건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AI 기업 전체 투자 건수의 17%에 해당한다.

미국 정부는 이미 몇 달 전 행정명령 초안을 마련했지만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고려해 세부안 확정 및 발표를 연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명령 초안에는 미국 기업이나 벤처투자회사가 중국 내 반도체, AI, 양자 컴퓨팅 등의 첨단 기술 분야에 투자하려 할 때 기업의 보고 의무를 강화하고, 전면적인 투자 금지 분야는 국방·감시장비 등 일부 분야로 한정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에 예상됐던 조치보다 완화된 수준이다.

다만, 대중 관계 악화가 예상된다고 해서 행정명령 발표를 더 미루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투자제한 조치를 더 미루기로 결정할 경우 의회의 강한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며 "미 의회에선 대중 투자제한 조치를 더욱 광범위하게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산업계와 투자업계에선 자본이동 규제가 결국은 미국의 국익에 해가 될 것이라며 새 규제 추진에 불만을 피력해왔다.

중국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투자 제한이 미국 투자업체의 발만 묶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니콜라스 라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21∼2022년 중국 내 직접투자 자금조달 출처 중 미국의 기여분이 5% 미만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자금이 없더라도 중국이 자국 첨단기술 산업을 육성하는 데 필요한 돈을 조달하는 데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그럼에도 미국의 투자제한 조치는 다른 나라가 대중국 민간 부문 투자를 제한하도록 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투자제한 조치의 주무부처가 될 미 재무부는 새 규제가 국제 투자 질서를 해치지 않으면서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핀셋 규제'를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옐런 재무장관의 이번 방중 기간에도 미 정부의 투자제한 조치가 주요 의제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옐런 장관은 지난 9일 CBS 방송에서 "투자규제가 양국 사이의 투자 환경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돼 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새 투자규제가 중국을 다시 자극하더라도 대화를 지속하는 외교적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재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마크 소벨은 NYT에 "미국과 중국은 한배를 탄 운명"이라며 "이는 서로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