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교란·포획·레이저 발사…‘복합형’ 정조준한 안티드론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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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 3차 복합 대응 시스템 구축 나서
“시속 90㎞로 나는 표적, 포획 성공률 90%”
LIG넥스원은 탐지·요격 통합한 기술 개발 중
최근 용산 육군회관서 열린 '대드론체계 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한화시스템 관계자가 한 멘트다. 북한 무인기 침투를 계기로 우리 군이 안티드론 방어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우리 군은 기존의 국지방공 레이더와 향후 도입할 안티드론 시스템 등을 통합해 운용하는 '드론통합 관제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방위사업청이 민간 방산업체의 안티드론 시스템 도입까지 공고한 상태다.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은 적 무인기를 요격하기 위해 재밍·레이저 발사 등이 혼합된 '복합 방호체계'를 공통으로 제시했다.
포획은 적 드론을 탐지한 후 대응 드론을 띄워 그물로 포획해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한화시스템 측은 "지난 3월 화성 드론 시험장에서 시속 90㎞ 이상으로 나는 표적의 포획 성공률이 90%를 넘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이 같은 방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러닝 레이더 표적 분류 기술'이 꼭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화시스템 측은 "실제 현장에 나가서 군인들의 애로사항을 물어보면 가장 큰 문제가 드론 오탐지"라며 "새 떼 등을 드론으로 오탐지하는 일이 빈번하게 나오면 실제 표적이 침입했을 때 사용자가 적을 알아볼 수 없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LIG넥스원은 지난달 말 대전에서 열린 '방위산업 부품·장비 대전'에서 '함정용 대드론방호체계' '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선보인 대드론 체계는 레이더 탐지거리 8㎞, EO·IR 장비 탐지거리 3㎞, 재밍 거리 6㎞를 목표로 잡았다. 이같이 성숙한 재밍 기술은 LIG넥스원의 강점으로 꼽힌다. 고에너지 레이저 요격의 경우 국내에서 개발 중인 고출력 레이저 발진기 기술을 활용하거나 해외업체의 기술 도입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인기 탐지 관련해 세계 최고 수준의 레이더 기술을 가진 국내 벤처기업도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학내 벤처로 출발한 '토리스스퀘어'는 주파수 연속 변조(FMCW) 레이더 기술을 활용해 무인기 탐지 거리가 13.2㎞에 이르는 AESA 레이더(엘리야2)를 개발했다. FMCW 레이더는 연속적으로 전파를 쏴 고속으로 움직이는 목표를 정확히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다. 토리스스퀘어 관계자는 "엘리야2의 13.2㎞ 탐지 거리는 세계 최장 수준"이라며 "현재 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와 장비의 수출 협의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리스스퀘어는 2021년 방사청의 '신속 시범 획득사업'에 따라 8㎞ 탐지거리를 갖는 이전 버전의 엘리야 시스템 4개 세트를 육·해·공군에 납품한 경력도 있다. 이번 방사청의 대드론 통합체계 사업에도 한화시스템과 협력해 참여할 예정이다.
다만 신제품인 '엘리야2'가 정부 요구 조건을 너무 초과하고 비싸기 때문에, 다운그레이드 버전(엘리야1.5)으로 공급할 계획도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국내 방산업계에선 "토리스스퀘어의 레이더 기술은 안티드론 시스템에서 '게임체인저' 수준"이라며 "방사청 입찰 경쟁에 토리스와 협력하는 한화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시속 90㎞로 나는 표적, 포획 성공률 90%”
LIG넥스원은 탐지·요격 통합한 기술 개발 중
"드론·무인기는 '한밤중의 모기'와 같습니다. 비행 소리가 들리고 대략 어디 있는지도 탐지됩니다. 하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 연속적인 추적이 힘들고, 벽지에 피가 고여 함부로 때릴 수도 없죠."
최근 용산 육군회관서 열린 '대드론체계 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한화시스템 관계자가 한 멘트다. 북한 무인기 침투를 계기로 우리 군이 안티드론 방어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우리 군은 기존의 국지방공 레이더와 향후 도입할 안티드론 시스템 등을 통합해 운용하는 '드론통합 관제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방위사업청이 민간 방산업체의 안티드론 시스템 도입까지 공고한 상태다.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은 적 무인기를 요격하기 위해 재밍·레이저 발사 등이 혼합된 '복합 방호체계'를 공통으로 제시했다.
한화시스템 “3중 복합체계로 시스템 구축”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달 말 육·해·공군 ‘중요지역 대드론 통합체계’의 국내 구매 사업에 들어갔다. 방사청이 방산업체에 제시한 제안 요청을 보면 이번 사업 규모는 486억원에 달한다. 우선 안티드론 시스템이 시급히 필요한 중요 지역을 중심으로 22세트가량을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도심 지역과 공군의 주요 비행장 등이 포함됐다. 내년께 휴전선 인근에 33세트의 안티드론 체계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사업에는 민간 방산업체 중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다. 지난주 진행된 세미나에서 한화시스템은 '다계층 복합 방호체계' 계획안을 선보였다. 드론의 작은 크기에 맞춰 대드론 체계를 개발해야 한다는 게 업체의 기본 설계 컨셉트다. 작년 말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을 때 우리 군은 이 같은 드론의 기본 특성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국 사격까지 하고도 북한 무인기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군 레이더는 대형 전투기 탐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당시 2m 크기였던 북한 무인기를 탐지하기 어려웠다. 또 영상추적 장비 역시 레이더 표적 방향으로 열상장비(TOD)를 수동으로 조작하는 방식이어서, 시속 100㎞ 이상 속도를 내는 북한 무인기를 따라잡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재밍(전파 교란)·포획·레이저 등 기능이 통합된 대드론 체계를 구상했다는 게 업체 측 구상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적 무인기를 식별한 뒤 재밍으로 1차 대응하고, 더 가까이 근접하면 포획(2차), 레이저(3차)를 사용해 무력화시키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포획은 적 드론을 탐지한 후 대응 드론을 띄워 그물로 포획해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한화시스템 측은 "지난 3월 화성 드론 시험장에서 시속 90㎞ 이상으로 나는 표적의 포획 성공률이 90%를 넘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이 같은 방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러닝 레이더 표적 분류 기술'이 꼭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화시스템 측은 "실제 현장에 나가서 군인들의 애로사항을 물어보면 가장 큰 문제가 드론 오탐지"라며 "새 떼 등을 드론으로 오탐지하는 일이 빈번하게 나오면 실제 표적이 침입했을 때 사용자가 적을 알아볼 수 없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LIG넥스원 “재머·레이저 통합 대응체계 개발”
LIG넥스원 역시 안티드론 시스템에 복합 대응체계 개념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무선주파수(RF) 재머를 이용한 '소프트킬'과 고에너지 레이저를 이용한 '하드킬' 방식으로 이원화된 대드론 체계다. 한화에 비해선 다소 단순화돼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소형 전술차에 레이더를 설치하고, RF 스캐너 및 전자광학·적외선(EO·IR) 센서 탐지 장비 등과 함께 표적을 탐지·추적하는 구조를 계획하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레이더 등 탐지체계와 재밍 등 요격 장치를 통합해 운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LIG넥스원은 소형 드론 탐지를 위해 국산 능동형 전사주사식(AESA) 레이더 기술 고도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AESA 레이더는 서로 다른 주파수를 가진 여러 개의 전파를 발사하기 때문에 하나의 주파수로 발사할 때보다 다수의 탐지물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현재 국내 협력사(RF코어)와 개발 중인 AESA 레이더는 레이더반사면적(RCS) 0.01㎡ 무인기 기준으로 탐지거리 5㎞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LIG넥스원은 지난달 말 대전에서 열린 '방위산업 부품·장비 대전'에서 '함정용 대드론방호체계' '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선보인 대드론 체계는 레이더 탐지거리 8㎞, EO·IR 장비 탐지거리 3㎞, 재밍 거리 6㎞를 목표로 잡았다. 이같이 성숙한 재밍 기술은 LIG넥스원의 강점으로 꼽힌다. 고에너지 레이저 요격의 경우 국내에서 개발 중인 고출력 레이저 발진기 기술을 활용하거나 해외업체의 기술 도입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인기 탐지 관련해 세계 최고 수준의 레이더 기술을 가진 국내 벤처기업도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학내 벤처로 출발한 '토리스스퀘어'는 주파수 연속 변조(FMCW) 레이더 기술을 활용해 무인기 탐지 거리가 13.2㎞에 이르는 AESA 레이더(엘리야2)를 개발했다. FMCW 레이더는 연속적으로 전파를 쏴 고속으로 움직이는 목표를 정확히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다. 토리스스퀘어 관계자는 "엘리야2의 13.2㎞ 탐지 거리는 세계 최장 수준"이라며 "현재 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와 장비의 수출 협의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리스스퀘어는 2021년 방사청의 '신속 시범 획득사업'에 따라 8㎞ 탐지거리를 갖는 이전 버전의 엘리야 시스템 4개 세트를 육·해·공군에 납품한 경력도 있다. 이번 방사청의 대드론 통합체계 사업에도 한화시스템과 협력해 참여할 예정이다.
다만 신제품인 '엘리야2'가 정부 요구 조건을 너무 초과하고 비싸기 때문에, 다운그레이드 버전(엘리야1.5)으로 공급할 계획도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국내 방산업계에선 "토리스스퀘어의 레이더 기술은 안티드론 시스템에서 '게임체인저' 수준"이라며 "방사청 입찰 경쟁에 토리스와 협력하는 한화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