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설탕보다 200배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의 위해성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사전 시뮬레이션에 들어갔다. 14일 예정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분류와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의 허용치 조정 여부에 따라 후폭풍 세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JECFA 허용치 조정 여부 ‘관건’

'아스파탐 허용치' 42년 만에 바뀌나…식품업계 초긴장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WHO의 아스파탐 관련 발표를 앞두고 상황별 대처 방안에 관한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식약처가 특히 주목하는 건 JECFA의 결정 내용이다.

JECFA는 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합동으로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설립한 전문가 위원회다. 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군인 ‘그룹2B’로 지정할 것으로 예고한 가운데 JECFA는 아스파탐의 일일허용섭취량에 대한 의견을 발표할 예정이다.

JECFA가 1981년 아스파탐의 안전성을 평가해 허용 기준을 정한 지 42년 만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스파탐의 그룹2B 지정을 전제로 JECFA가 섭취 허용 기준을 어떻게 조정하는지에 따라 향후 대응 방안이 달라질 것”이라며 “현상 유지, 소폭 조정, 대폭 조정 등의 가정을 세우고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JECFA는 아스파탐의 일일허용섭취량을 체중 1㎏당 40㎎으로 설정했다. 한국은 유럽과 같이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체중 60㎏ 성인이라면 하루 2400㎎까지 섭취할 수 있다. 아스파탐이 들어간 다이어트 콜라(한 캔에 250mL)는 55캔, 막걸리(한 병에 750mL)는 33병을 마시는 양이다.

퇴출 수순 밟을까

JECFA가 아스파탐 일일허용섭취량을 지금같이 유지하거나 소폭 조정할 경우 식약처는 국내에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 아스파탐 섭취량이 허용치보다 매우 적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2019년 조사한 한국인의 평균 아스파탐 섭취량은 하루에 ㎏당 약 0.048㎎으로 일일섭취허용량의 0.12%에 불과하다. ‘제로슈거’ 열풍으로 최근 수년 새 아스파탐 섭취량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기준치에 비하면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JECFA가 아스파탐 허용 기준을 절반 이하로 대폭 낮추면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식약처가 국내 적용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식품업계에선 “식약처의 조치가 나오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리고, 그 사이 대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선 소비자 인식이 악화하면서 아스파탐이 ‘제2의 사카린’이 돼 퇴출 수순을 밟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JECFA가 허용 기준을 대폭 낮추고 식약처가 위해성 평가를 거쳐 별도 지침을 내리기까지 공백이 생기면 아스파탐 관련 산업은 코너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14일 WHO의 발표를 지켜본 뒤 국민 아스파탐 섭취량을 포함한 관련 조사를 진행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콜라보다 막걸리에 타격

여름철 성수기를 맞은 음료업계에 아스파탐 악재가 덮쳤지만, 아직 뚜렷한 매출 타격으로 연결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파탐이 포함된 대표 음료로 꼽히는 ‘펩시 제로’는 매출 증가율이 아스파탐이 포함되지 않은 경쟁 제품 ‘코카콜라 제로’보다 소폭 낮은 수준에 그쳤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한 편의점 업체에서 직전 10일(6월 21~30일) 대비 코카콜라 제로 매출은 3.6%, 펩시 제로 매출은 0.3%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코카콜라 제로와 펩시 제로 매출은 각각 38.0%, 23.8% 증가했다.

다만 대부분 제품에 아스파탐이 함유된 막걸리는 논란 이후 대형마트에서 매출이 줄었다. A 대형마트에서 전체 막걸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0% 줄었고, B 대형마트에서는 5.0% 감소했다.

하수정/한경제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