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한방세트'를 아십니까 [슬기로운 금융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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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치료 6가지 이상 한 번에
5년새 4배 늘어…대부분 경상환자
5년새 4배 늘어…대부분 경상환자
"교통사고 환자세요? 먼저 침부터 맞고 뜸도 뜨고 약도 지어가세요"
최근 보험업계에서 골칫거리로 자리잡은 이른바 '한방세트'입니다. 한방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침술이나 뜸, 부항, 첩약, 추나 등 약 8가지 치료 중 6가지 이상을 한 번에 받는 것을 의미하는데, 문제는 이 한방세트를 '자동차보험 대인배상'으로 받는다는 점입니다. 말 그대로 교통사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죠. 실제 한방세트 진료로 인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데, 그 피해는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 車보험 한방세트 5년새 4배 늘었다
교통사고 환자들이 한방병원으로 달려간다? 실제 그 비율은 국내 손해보험사에 청구된 자동차보험 청구액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부상 진료비 중 한방진료비는 2018년 7,139억 원에서 2022년 1조4,636억 원으로 약 2배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양방 진료비는 1조2,623억 원에서 1조506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문제는 과잉진료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방세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침술이나 뜸, 부항, 한방물리, 첩약, 약침, 추나, 온·냉경락 등 한방지료 중 다수의 처치(6가지 이상)가 하루 내원 환자에 동시에 시행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에서 한방세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36.6%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에는 54.8%까지 올라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같은 기간 한방세트 진료비는 2,027억 원에서 지난해 8,000억 원으로 무려 4배나 증가했습니다.
◆ 한방세트 진료 대부분이 '경상환자'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볼 점이 있습니다. 과연 어떤 환자들이 한방병원을 방문해 세트청구를 하는 걸까요. 보험연구원에서 보험금으로 지급된 진료비를 분석해본 결과, 부상이 심각한 중상환자보다 경상환자들의 세트청구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타박상이나 염좌와 같은 경상을 입은 환자(12~14급)들이 지난 5년간 청구한 세트청구 진료비는 2조8,207억 원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중상환자가 청구한 세트청구 진료비의 경우 1,926억 원으로 경상환자의 15분의 1 수준에 그쳤습니다.
또한 6가지 이상 진료 명목으로 세트청구를 한 중상환자의 건당 진료비는 평균 8만1,000원으로 나타났고 경상환자의 경우 그보다 비싼 9만9,000원대로 나타났습니다. 5년간 명세서 건수로만 봐도 경상환자는 901만6,000여 건, 중상환자는 88만4,000여 건으로 약 10배나 차이가 났습니다. 부상이 덜한 경상환자가 더 많은 진료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 보험금 누수, 선량한 가입자 피해로
경미한 교통사고가 났더라도 추후 발생할 수 있는 통증이나 합병증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병원진료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예방차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을 수도 있고, 가벼운 타박상이라도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겠죠. 하지만 과도하게 이뤄지는 진료는 언제나 논란거리입니다.
경상환자인데도 불구하고 한 번에 6가지 이상의 진료를 받는 한방세트 청구가 확대되면, 결국 자동차보험금 누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금 누수 규모가 커질수록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악화되고, 자칫 선량한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인상'이라는 피해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트청구 증가의 원인을 '공급자 유인효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한방병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경쟁으로 수익이 악화되자, 의사들이 진료 건수나 비용을 높이려는 유인에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한의원은 1만4,111개에서 1만4,549개로, 한방병원은 312개에서 546개로 증가했습니다. 진료기관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과도한 세트청구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슬기로운 TIP
지난 4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은 보험사기를 알선하거나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할 뿐 아니라 보험사기로 유죄 확정 판결시 편취한 보험금을 모두 반환하고 보험사기에 대해선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브로커가 보험사기에 가담할 가입자들을 모집해 한방병원에 허위입원시키는 사례도 적발됐는데, 보험금을 목적으로 하는 찝찝한(?) 유혹은 보험사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입자들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
최근 보험업계에서 골칫거리로 자리잡은 이른바 '한방세트'입니다. 한방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침술이나 뜸, 부항, 첩약, 추나 등 약 8가지 치료 중 6가지 이상을 한 번에 받는 것을 의미하는데, 문제는 이 한방세트를 '자동차보험 대인배상'으로 받는다는 점입니다. 말 그대로 교통사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죠. 실제 한방세트 진료로 인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데, 그 피해는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 車보험 한방세트 5년새 4배 늘었다
교통사고 환자들이 한방병원으로 달려간다? 실제 그 비율은 국내 손해보험사에 청구된 자동차보험 청구액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부상 진료비 중 한방진료비는 2018년 7,139억 원에서 2022년 1조4,636억 원으로 약 2배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양방 진료비는 1조2,623억 원에서 1조506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문제는 과잉진료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방세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침술이나 뜸, 부항, 한방물리, 첩약, 약침, 추나, 온·냉경락 등 한방지료 중 다수의 처치(6가지 이상)가 하루 내원 환자에 동시에 시행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에서 한방세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36.6%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에는 54.8%까지 올라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같은 기간 한방세트 진료비는 2,027억 원에서 지난해 8,000억 원으로 무려 4배나 증가했습니다.
◆ 한방세트 진료 대부분이 '경상환자'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볼 점이 있습니다. 과연 어떤 환자들이 한방병원을 방문해 세트청구를 하는 걸까요. 보험연구원에서 보험금으로 지급된 진료비를 분석해본 결과, 부상이 심각한 중상환자보다 경상환자들의 세트청구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타박상이나 염좌와 같은 경상을 입은 환자(12~14급)들이 지난 5년간 청구한 세트청구 진료비는 2조8,207억 원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중상환자가 청구한 세트청구 진료비의 경우 1,926억 원으로 경상환자의 15분의 1 수준에 그쳤습니다.
또한 6가지 이상 진료 명목으로 세트청구를 한 중상환자의 건당 진료비는 평균 8만1,000원으로 나타났고 경상환자의 경우 그보다 비싼 9만9,000원대로 나타났습니다. 5년간 명세서 건수로만 봐도 경상환자는 901만6,000여 건, 중상환자는 88만4,000여 건으로 약 10배나 차이가 났습니다. 부상이 덜한 경상환자가 더 많은 진료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 보험금 누수, 선량한 가입자 피해로
경미한 교통사고가 났더라도 추후 발생할 수 있는 통증이나 합병증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병원진료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예방차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을 수도 있고, 가벼운 타박상이라도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겠죠. 하지만 과도하게 이뤄지는 진료는 언제나 논란거리입니다.
경상환자인데도 불구하고 한 번에 6가지 이상의 진료를 받는 한방세트 청구가 확대되면, 결국 자동차보험금 누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금 누수 규모가 커질수록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악화되고, 자칫 선량한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인상'이라는 피해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트청구 증가의 원인을 '공급자 유인효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한방병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경쟁으로 수익이 악화되자, 의사들이 진료 건수나 비용을 높이려는 유인에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한의원은 1만4,111개에서 1만4,549개로, 한방병원은 312개에서 546개로 증가했습니다. 진료기관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과도한 세트청구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슬기로운 TIP
지난 4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은 보험사기를 알선하거나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할 뿐 아니라 보험사기로 유죄 확정 판결시 편취한 보험금을 모두 반환하고 보험사기에 대해선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브로커가 보험사기에 가담할 가입자들을 모집해 한방병원에 허위입원시키는 사례도 적발됐는데, 보험금을 목적으로 하는 찝찝한(?) 유혹은 보험사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입자들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