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크레이터 곽준빈(곽튜브)과 송준섭 PD(오른쪽)가 3일 서울 마포구 클럽온에어에서 열린 EBS '곽준빈의 세계 기사식당'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여행 크레이터 곽준빈(곽튜브)과 송준섭 PD(오른쪽)가 3일 서울 마포구 클럽온에어에서 열린 EBS '곽준빈의 세계 기사식당'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수신료는 70원 정도 받고 있습니다.…없는 자원 안에서도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왔습니다. 펭수도 말도 안 되게 작은 사이즈로 시작해 말도 안 되게 큰 성공을 거둔 사례입니다. 돈이 적다고 좋은 콘텐츠를 못 만드는 건 아닙니다."

오는 9일 처음 방송되는 EBS 1TV 새 프로그램 '곽준빈의 세계 기사식당' 기자 간담회에서 연출자인 송준섭 PD가 한 말이다. 160만 구독자를 가진 크리에이터 곽튜브가 자신의 본명을 내걸고 출연하는 '곽준빈의 세계 기사식당'은 세계 곳곳의 현지 택시 기사들에게 추천받은 '찐' 맛집을 소개한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연출을 맡은 송 PD는 지난 3년 동안 EBS 간판 히트 콘텐츠인 EBS 1TV '자이언트 펭TV'를 이끌어왔다. 송 PD는 "펭수에서 추구하는 바와 비슷한 결을 곽튜브를 보면서 느꼈다"면서 "곽준빈은 여행하면서 솔직하지만 무례하지는 않고 유쾌하지만, 선은 넘지 않는다"면서 '곽준빈의 세계 기사식당'에서도 솔직하고 거침없이 유쾌한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EBS는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공영 방송사다. 하지만 고리타분한 교육, 교양 프로그램만 만드는 건 아니다. 배움의 가치를 재미있게, 보다 유쾌하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1982년 첫 방송을 시작한 '딩동댕유치원'과 이를 보고 자란 어른들을 위한 웹 콘텐츠 '딩동댕 대학교', 장도연과 배재성이 이끄는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인물사담회',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과 '총, 균, 쇠' 재래드 다이아몬드 등 세계적인 석학들이 직접 강의하는 '위대한 수업' 등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최근엔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공익성과 재미를 겸비한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공영방송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는 EBS다. 2017년과 2020년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적 재원인 수신료의 비중은 2021년 기준 5.5%에 해당하는 192억원 정도다. 수신료는 2500원이지만 EBS의 몫은 2.8%인 70원 정도이기 때문. 이는 전기료와 함께 수신료를 통합 징수를 하는 한국전력공사에 떨어지는 위탁 수수료 6.2%(155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EBS의 수신료 배분은 수신료 정산 비율은 방송법 제68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49조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TV 수신료의 금액은 방송법 제65조에 따라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최종 결정된다. 다만 EBS는 TV수신료 금액 결정이나 배분 논의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다.

또 다른 주요 재원은 방송통신위원회 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이다. 올해는 전년과 동일한 298억18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EBS 운영에서도 광고 매출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BS는 지난 6월 수신료 분리 징수와 관련한 우려를 전하면서 "전체 예산의 70% 이상을 상업적 재원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EBS의 공적 재원 확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EBS는 비상 경영 중이다. 주요 매출원 중 하나인 도서가 전해에 비해 팔리지 않았고, 종이 등 원가 비용은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만 256억원의 적자가 났기 때문. 하지만 장기적인 비용 절감 정책이 이뤄질 경우 인력 유출, 콘텐츠 품질 저하 등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가오는 수능에서 EBS 교재와의 연계율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스1
다가오는 수능에서 EBS 교재와의 연계율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스1
최근 정부가 수능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배제하겠다고 밝히면서 EBS 연계율을 50%로 유지한다고 전했다. 또한 EBS 연계 교재에 포함된 도표나 그림, 지문 등 자료를 활용해 연계 체감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EBS는 지난 6월 "극심한 재정 위기와 적자 속에서도 사교육비 경감, 교육격차 해소, 출생률과 독서율 제고, 평생교육 구현을 위해 다양하고도 공익적인 교육 콘텐츠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오고 있다"며 "그렇지만 이를 감당할 공적 재원은 물론 상업적 수익도 점점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오는 8월부터 수신료 분리 징수가 예고된 상황에서 EBS의 공적 재원이 위축되지 않도록 수신료를 별도로 책정해야 한다는 해법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4월 21일 개최된 한국방송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KBS와 EBS의 성격이 달라 별도로 수신료를 징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전문위원은 "KBS는 보편적 공영방송이고, EBS는 특수목적 공영방송으로 집단적 효용성이 상이하지만 동일한 재원에서 배분된다"며 "이는 특별한 이해관계자들이 특별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부담하는 '특별부담금'의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