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2만 개미 7천억 피해 '에디슨모터스 주가조작' 13명 기소
6천800명에 2천400억 피해 준 별도 주가조작까지 총 20명 재판에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단성한 부장검사)는 쌍용자동차 인수 호재를 내세워 에디슨이브이(에디슨EV)의 주가를 조작한 사건을 수사한 결과 총 13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6일 밝혔다.

이 중에는 인수합병(M&A) 업계에서 악명 높은 기업사냥꾼 이모(52)씨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씨가 관여한 코스닥 상장사 A사의 주가조작도 파헤쳐 9명을 기소했다.

'에디슨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중복되는 인물을 제외하면 총 20명이 무더기 기소된 것이다.

이씨가 가담한 두 건의 주가조작으로 13만여명이 9천400억원의 피해를 봤다.

검찰은 에디슨모터스 전 회장 강영권(64)씨 등 경영진을 지난해 10월 먼저 구속기소한 후 수사를 이어가 주가조작에 관여한 이씨 등 일당을 적발했다.

회계사 출신 전문 기업사냥꾼 주가조작에 13만 투자자 울었다(종합)
◇ '쌍용차 인수' 내세워 에디슨EV 주가조작…1천621억원 부당이득
이씨 등 주가조작 세력은 M&A 전문가로 행세하면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상장사를 연달아 인수한 뒤 시장에서 관심이 큰 사업을 주가 부양 소재로 삼아 단기간에 막대한 시세차익을 취하는 방식으로 범행했다.

이씨는 싸게 매물로 나온 상장사를 '쉘(Shell)'로 삼아 전주(錢主)를 모집해 인수하고, 주가부양에 유리한 소재를 '펄(Pearl)'이라고 부르는 등 은어를 사용하면서 범죄를 설계·시행했다.

이들은 방송 등을 통해 유명해진 에디슨모터스의 강씨와 공모해 쌍용차 인수를 주가조작의 소재로 삼았다.

이들은 코스닥 상장사 에디슨EV를 인수한 뒤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허위공시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쌍용차를 인수할 것처럼 속여 에디슨EV의 주가를 띄우는 수법으로 약 10개월 만에 1천621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등)를 받는다.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없는데도 서울회생법원이 진행하는 쌍용차 M&A 입찰에 참여해 허위 서류를 제출한 입찰방해 혐의도 적용됐다.

강씨는 과거 지상파 방송에서 PD로 근무한 이력과 유명 예능방송에 출연한 경력을 내세우면서 신규 전기차 사업에 필요한 약 3천억원을 이미 확보했다고 허위 인터뷰를 반복하기도 했다.

에디슨EV 주가조작에 관여해 재판에 넘겨진 건 강씨와 이씨 등 총 13명(10명 구속)이다.

이 중 먼저 기소된 강씨 등은 에디슨모터스 경영진은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주가조작으로 약 12만5천명의 소액 투자자에게 7천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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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 사업 허위공시로 주가 조작…허위 보고서 작성
검찰은 기업사냥꾼 이씨가 관여한 또 다른 주가조작 사건도 밝혀냈다.

앞선 에디슨EV와 마찬가지로 매물로 나온 상장사인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를 '쉘'로 인수한 뒤 본업과 관련없는 바이오 사업을 '펄'로 내세워 주가를 띄웠다.

이씨 등은 2020년 A사에서 난소암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허위 공시를 내세워 주가를 조작, 6천800명의 소액 투자자에 2천4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주고 약 92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 난소암 치료제의 가치가 3천651억원에 이른다는 공인회계사의 허위 가치평가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사기적 부정거래를 저질렀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의 청탁을 받아 허위 가치평가보고서를 발행하고 용역대금 5천500만원을 수수한 공인회계사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전문 회계지식을 범행에 악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이 실제로 바이오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데도 일반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외적으로 구색만 맞춘 것으로 봤다.

이씨 등은 A사가 외부 감사인의 의견거절로 거래정지 상황에 처하게 되자 비상장 관계사로 난소암 치료제 등 바이오 자산을 옮기고 또다른 회사를 인수해 주가를 올리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A사의 주가조작에 연루돼 이날 기소된 인원은 9명(구속 4명)이다.

검찰은 이씨를 포함해 이들이 부당하게 취득한 453억원의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도 완료했다.

에디슨EV 주가조작 관련 사건이 147억원, A사 사건에서 306억원을 각각 동결했다.

검찰은 범죄수익을 최대한 환수하는 한편 부당이득의 2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단 부장검사는 "합수단 부활 후 약 1년간의 수사로 공인회계사 출신 M&A 업자를 필두로 한 주가조작세력을 일망타진했다"며 "일부 세력들이 차명주식 등으로 재산을 빼돌린 사실이 있어 향후에도 끝까지 추적해 범죄수익을 환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