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편 달하는 영상 진술 녹화 증거로 제시하며 수사 부당성 주장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 변호인 "검찰이 허위 자백 유도"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에서 변호인이 과거 검찰에서의 진술 녹화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수사의 부당성을 부각했다.

광주고법 형사2-2부(오영상 박성윤 박정훈 고법판사)는 4일 오후 4시 201호 법정에서 심문기일을 열고 살인, 존속살해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된 A(73)씨와 딸 B(39)씨의 재심 개시 여부 판단을 위한 공판을 진행했다.

'재심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는 100편에 달하는 검찰 진술 녹화 영상 편집본을 증거로 제시하며 검사와 담당 수사관이 회유, 기만, 강요, 압박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네'·'아니오'도 제대로 쓸 수 없는 문맹이었지만, 그의 교육 수준으로는 구사할 수 없는 단어를 동원해 진술서가 작성됐다고 박 변호사는 의문을 제기했다.

영상에는 "'거짓 진술했다'고 자백을 부인하는 A씨를 상대로 '말을 잘 못한 거죠'라고 반복적으로 번복을 유도하거나, 자백을 강요하는 듯한 장면이 담겨 있기도 했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B씨에 대해서도 수사관은 미리 만들어 낸 진술을 질문으로 쏟아내고 단답형 진술을 회유와 강압으로 유도해 마치 B씨가 직접 자백한 것처럼 진술서를 조작했다고 박 변호사는 주장했다.

B씨에 대한 약 70개의 증거 영상에도 수사관이 진술을 자기 생각대로 유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들이 있었다.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 변호인 "검찰이 허위 자백 유도"
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진술 과정은 전형적인 '참기 힘든 물리적 강압 없는 허위자백'을 받아낸 사례"라며 "특히 가족이 사망한 사건의 피해자를 범인으로 몰고, 그 범행 동기를 가족 간 성범죄로 특정했다"고 검찰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가해자(검찰)는 '그래도 되니까(강자)', 피해자(A씨 부녀)는 '그래도 되는 사람(약자) 이니까' 이번 사건 같은 비극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검찰도 다음 재판에 영상 증거를 제시해 변호인 측의 주장에 반박할 예정이다.

변호인 추가 서류 증거 조사 등을 거쳐 심리는 마무리된다.

다음 달 8일 마지막 심리에서는 재심 신청 당사자인 A씨 부녀도 최종 진술할 것으로 보인다.

A씨 부녀는 2009년 7월 6일 오전 전남 순천시 자택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이자 어머니인 C씨에게 건네 C씨를 비롯한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기징역,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으며 이 판결은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가 막걸리에서 검출됐으나 사건 현장 등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청산가리를 넣었다던 플라스틱 숟가락에서도 성분이 나오지 않아 논란이 이어졌다.

A씨 부녀는 지난해 1월 재심을 청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