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숙 메릴랜드대 교수, 인력 등 외국과 협력 필요 조언
지질자원연, 산학연 40개 기관과 우주자원 탐사·개발 네트워크 그룹 구성
"우주개발 속도 내려면 실패 경험 가진 선진국과 협력해야"
"우주개발에 속도를 내려면 실패 경험이 있는 미국이나 유럽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남들이 겪은 문제를 겪느라 시간을 보내면 그들이 50년 걸린 일에 한국도 50년을 쓰게 됩니다.

"
서은숙 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는 4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열린 '우주자원 탐사·개발 네트워크 포럼'에서 한국이 우주 분야 선진국을 따라잡을 전략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천체물리학 분야 석학인 서 교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검출기를 쏘아 올려 우주선을 연구하는 'ISS-CREAM'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해외 협력의 구체적 방안으로 관련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인력의 포용을 꼽았다.

한국이 우주 분야 후발 주자인 만큼 해외 연구 인력의 경험을 빠르게 흡수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해외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우주 사업을 하려면 기업과 연구기관별로 나눠진 역량을 통일할 수 있는 우주청과 같은 기관이 필요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물리학회 회장을 맡은 김영기 미국 시카고대 교수도 "한국의 기술은 문제가 없지만 걱정되는 건 인력"이라며 한국에 정착할 수 있는 외국인을 포용하는 등 한국 연구자 개념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주개발 속도 내려면 실패 경험 가진 선진국과 협력해야"
이날 포럼에 모인 전문가들은 최근 우주자원개발이 우주 분야 새로운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한국도 동참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서 교수는 미국에서도 우주 자원개발에 경제성이 있다고 보기 시작했다며 "한국은 이제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는 만큼 우주자원 개발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주자원 분야가 아직 규제가 만들어지지 않아 마치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처럼 먼저 땅을 차지하는 자가 유리한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서 교수는 "법이 정해지면 돈이 많이 든다"며 "법을 만드는 데도 참여해야 하고, 그에 앞서 경제성을 미리 누리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에서 열리는 한인과학기술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서 교수와 김 교수는 미국이 우주개발뿐 아니라 과학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이유로 다양성을 꼽았다.

서 교수는 "스페이스X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는 전통적 길을 따르지 않았지만 국가가 지원해줬고, 모든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며 "한국의 장점이자 단점이 획일성인데, 한국도 다양한 기회를 주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처럼 과학기술 생태계를 구축해 새로운 분야가 뜰 때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모든 걸 우리가 할 수 있는 능력은 없는 만큼 국제협력도 하고, 잘하는 건 한국에 유치하는 글로벌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지질지원연구원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코오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고려대, 인하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우주자원 탐사·개발 분야 산학연 40개 기관이 모여 우주자원 탐사·개발 네트워크 그룹을 구축하기로 협의했다.

국내뿐 아니라 한미과학기술학술대회(UKC)와도 연계해 우주자원 탐사 분야 학문 교류와 협력을 위한 학회 설립도 제안했다고 지질연은 설명했다.

또 포럼을 계기로 지질연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우주자원 탐사·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코오롱의 극한용 환경 소재 기술을 달 현지 자원활용 기술에 적용하기로 했다.

"우주개발 속도 내려면 실패 경험 가진 선진국과 협력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