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보법 위반 해외체류 인사에 현상금 '1억' 걸었다
홍콩 경찰은 3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진 8명의 해외 체류 민주 진영 인사에 대해 1인당 100만홍콩달러(약 1억7천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더스탠더드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이날 해외로 망명한 네이선 로·데니스 쿽·테디 후이 전 입법회(의회) 의원과 변호사 케빈 얌, 민주 활동가 핀 라우·애나 쿽·엘머 위엔, 노동단체 조합원 멍시우탯 등 8명을 체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이에게 100만홍콩달러의 포상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현재 영국, 캐나다, 호주, 미국 등지에 머물고 있으며, 해외에서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있다.

2020년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경찰이 이와 관련해 현상금을 내건 것은 처음이다.

홍콩 경찰은 이들이 홍콩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체포할 수 없다면서도 경찰이 이들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데 현상금이 도움을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젠가 이들이 불법적 방법으로 홍콩에 돌아올 수도 있다"며 "그러한 정보는 매우 유용하며 우리는 언젠가 이들이 홍콩으로 돌아올 경우를 대비해 이들의 체포와 기소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지난 3년간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5∼90세 260명이 체포됐고, 161명이 기소됐으며 79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법의 시행으로 홍콩의 민주 진영은 사실상 궤멸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1일 홍콩 주권 반환 26주년 기념식에서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홍콩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면서도 '약한(온건한) 저항'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며 국가 안보를 적극적으로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상금이 걸린 인사 가운데 변호사 케빈 얌은 호주 시민권자다.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은 로이터 통신에 "호주 정부는 홍콩 당국이 호주에 있는 이를 포함해 민주주의를 옹호한 사람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주 정부는 홍콩국가보안법의 광범위한 적용에 대해 꾸준히 우려를 표해왔다"고 덧붙였다.

얌 변호사는 로이터에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자유로운 곳 중 하나였던 홍콩에서 지금도 계속되는 탄압과 압제에 맞서 발언하는 것은 내 임무다"라며 "나는 홍콩을 그리워하지만, 현재로서는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 머무는 활동가 애나 쿽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내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당장 촉구하는 하나는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이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오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해 달라는 것이다"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어 "리 장관은 내 머리에 100만홍콩달러의 현상금을 내건 자이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초국가적 억압을 조직한 자다. 그의 미국 입국을 불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이선 로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다른 사건들로도 수배 대상이며, 2년 전 영국에서 난민 지위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홍콩인들에게 현상금과 관련해 어떠한 협조도 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며 "우리는 스스로를 제한하거나 자기 검열을 하거나 두려움 속에 살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