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가 청불인 이유? "내 아이의 눈을 가려야 하는가"
청소년관람불가. 이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보통은 선정적이거나, 신체 훼손과 유혈이 낭자한 폭력 장면이 있는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영상물의 등급 분류는 선정성과 폭력을 비롯해 주제,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총 일곱 가지 요소로 결정된다. 어느 한 가지 요소라도 청소년의 일반적인 지식이나 경험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정도의 높은 유해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된다.

올해 초 대중의 관심을 받은 화제작이라면 단연 ‘더 글로리’를 꼽게 된다. 수없이 “연진아~”를 따라부르게 했던 이 시리즈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비디오물이다. ‘더 글로리’는 주제, 폭력성, 대사, 약물, 모방위험 요소에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사법 체계에 의한 처벌이 아닌 사적 복수를 다룬 주제, 몇몇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묘사된 폭력성 등은 결정 등급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런데 당시 이 시리즈는 워낙 인기 있어서 일부 시청자들이 영상물 등급에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특정 장면의 노출이 심한 것 아니냐,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수위가 낮아 보여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어도 되는 것 아니냐 등 상반된 의견이 오갔다. 영상물 등급 심의위원의 입장에서 보면, 시청자들이 등급의 숫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꽤 긍정적이다. 특정 영상물을 어느 연령대가 시청할 것인지에 관한 관심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영화 등급 분류 담당인 나는 비디오물인 ‘더 글로리’를 심의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결정된 핵심 유해 요소는 ‘모방위험’이라고 생각했다.

등급 분류 기준이 되는 요소 중 ‘모방위험’이야말로 청소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판단한 결과다. 모방위험이 높은 영상물의 청소년 시청은 반드시 제한되어야 한다. 영상물의 관람 등급이 존재하는 이유가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선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장면들, 특히 헤어 고데기로 피해자의 신체를 지지는 등 잔인한 학교폭력 방법의 묘사에서 높은 모방위험이 있다. 학교폭력뿐 아니다. 최근 영화에서 모방위험이 우려되는 작품을 자주 본다. 아동 학대, 스토킹과 무단 침입, 보이스피싱이나 마약 판매 등의 불법 거래에 청소년을 동원하는 설정 등이 빈번하다.

모방위험이 높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최근 개봉했다. 영화 A는 타인의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 인물이 연쇄살인범과 맞닥뜨리게 된다는 내용의 판타지 액션 스릴러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설정이 전제되어 있기에 비현실성을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에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쓰레기통에 훼손한 시신을 유기하거나 어린아이가 쓰러진 아버지의 머리를 큰 돌로 연거푸 내리치는 장면이 있다.

영화 B는 여자친구가 피해자로 등장하는 몰카 라이브 방송을 보게 된 남자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방송에 참여해서 가해자와 추격을 벌이는 스릴러다. 사이버 성범죄의 직접 가해자뿐 아니라 몰카 등 불법 영상을 소비하는 숨겨진 가해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긍정적 주제에, 몰입감 있는 추적 스릴러의 장르적 재미도 있다. 그러나 불법 영상의 촬영, 개인 신상정보의 유출, 성폭력 암시와 여성을 성적 물건으로 대하는 설정, 물뽕의 사용 등은 높은 모방위험으로 판단된다. 두 작품을 응원하고 흥행 선전을 기원한다. 그러나 아이의 눈은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