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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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안에서 사료를 먹고 자란 닭이 아닌 인공적으로 배양한 닭가슴살 샐러드가 머지않아 미국의 레스토랑에서 팔리게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이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배양육 식품의 판매를 허가했기 때문인데요. 최근 미국 농무부(USDA)는 업사이드 푸드(Upside Foods)와 굿 미트(Good Meat)사가 개발한 '닭가슴 배양육'에 대해 시판을 위한 라벨 승인을 내줬습니다.

미국의 배양육 허가 시스템은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식품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허가 의견을 내면 이어서 USDA가 시판과 관련된 생산과 라벨링을 관할하는 협업 심사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배양육 시판을 준비해온 업사이드 푸드사는 사내 FDA 출신 전문가가 두 규제기관과 긴밀하게 접촉하며 승인을 위해 공들여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작년 11월 FDA는 업사이드 푸드의 배양육에 대해 섭취해도 위험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고, 지난 21일 USDA가 제시한 점검 사항을 만족시켜 라벨 승인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배양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배양육 제조 과정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 볼 수 있는데요. 전반부에선 필요한 세포를 분리해 세포주(동일한 조직에서 유래된 세포의 집단)를 만들어 세포은행에 보관해 두게 됩니다. 후반부는 세포은행에서 세포를 다시 꺼내 증식과 분화를 거쳐 배양육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두 규제 기관은 이러한 생산 과정에서 안전상 유해 물질이 포함되지 않는지, 위생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게 됩니다.

업사이드 푸드사가 출시할 배양육 제품은 닭가슴 근육을 모사하기 위해 배양육의 제조 과정에서 2종의 세포주를 사용했습니다. 닭의 유정란에서 추출한 섬유아세포(fibroblast)를 오랫동안 분열을 지속할 수 있는 자연적 불멸화 과정을 거쳐 수립한 세포주와 성체 닭의 근육에서 얻은 근육모세포에 유전자를 조작(GM)해 만든 세포주를 바이오리액터에서 함께 배양해 배양육을 생산하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닭의 섬유세포와 근육 세포, 성장인자를 배지(배양을 위한 영양물질)에 넣어 배양한 닭고기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양육은 얼마나 닭고기 다울까요? 업사이드 푸드사는 세포 배양방식의 종류인 부유 배양과 부착 배양 모두 가능한 세포주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세포 수를 늘리는데 유리한 부유 배양으로 세포를 증식시킨 뒤 부착 배양으로 마무리해 닭가슴 근육 모사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배양 과정에서 세포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재조합 단백질 기술로 생산한 닭 유래 성장인자를 배지에 추가하기도 하는데요. FDA는 이 방식의 안전성을 문제삼지는 않았습니다.

이처럼 2종의 세포주 중 근육모세포에 유전자 조작(GM)기술이 사용됐기 때문에 업사이드 푸드의 제품은 분명히 GM배양육으로 분류됩니다. 소비자의 선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되며, 추후 상품화될 때 USDA의 GM마크가 부착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사이드 푸드사는 안전성과 관련해 이미 닭의 근육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도입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고, 일반 세포와 비교해도 배양과정에서 특이한 차이점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양 성분 측면에서도 단백질 비율과 아미노산 구성에서 기존 닭가슴과 유사하다는 데이터를 제시했습니다.

배양육 시장이 가능성을 보이면서 투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사이드 푸드는 지난해 4억달러 시리즈C 투자를 포함해 카길(Cargill), 타이슨 푸즈(Tyson Foods), 지보단(Givaudan)으로부터 총 6800만달러를 투자받았습니다. 올 6월 8일엔 USDA로부터 라벨 승인을 받은 굿 미트도 지금까지 978억달러를 유치했습니다.

FDA는 이번 업사이드 푸드의 배양육 허가 과정에서 주요 안전성 심사 항목에 대한 상세한 의견을 공개해 미국 시장에 진출을 저울질하던 배양육 개발 업체들에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또 향후 미국이 배양육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단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가축 사육이나 도축 등 육류 생산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배양육은 아직까지 가격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갈길이 멀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성능 좋고 안전성이 확보된 저렴한 배지의 개발도 해결 과제입니다. 업사이드 푸드는 대량생산의 높은 비용구조 때문에 초기에는 몇몇 제한된 레스토랑에만 배양육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일반 소비자들이 식료품 가게에서 손쉽게 배양육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7~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인공 배양으로 만든 '닭가슴살 샐러드' 나온다 [이해진의 글로벌바이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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