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져도 OK'…고물가에 '못난이 농산물' 인기
표면에 상처가 있거나 모양이 조금 찌그러진 것처럼 상품성은 다소 떨어져도 맛과 영양, 신선도는 그대로인 채소와 과일 등 '못난이 농산물'이 주목받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이라는 말을 들으면 길거리에서 저렴하게 파는 과일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제는 농가뿐 아니라 지자체까지 앞장서 판매 촉진에 나서고 있다.

충북도는 올해 초 못난이 농산물 판로 확대를 책임질 조직인 기업사랑농촌사랑 운동본부를 가동해 껍질에 흠이 있거나 가격 폭락 등으로 팔지 못하는 못난이 농산물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경남 밀양시와 얼음골 사과 재배 농민들은 못난이 사과를 가공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를 키워 소득을 올리고 있다.

밀양 농민들은 2∼3년 전부터 못난이 과일, 제철이 지난 사과를 사과즙이나 주스·아이스크림·과자·맥주 등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밀양시는 또 무르고 단맛이 적다는 평가를 받아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끝물 딸기'(4∼6월 수확 딸기)를 잼을 포함한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고자 애쓰고 있다.

강원 강릉시는 수확·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지역산 못난이 감자를 적극 활용해 만든 과자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선정해 활용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최근 도내 생활개선회원을 대상으로 못생긴 과일이나 깨진 쌀 등 상품 가치가 없어 폐기될 농산물로 과일찹살떡, 포도주스, 인삼코디얼 등 디저트를 만드는 교육을 진행하는 등 활용법을 전파하고 있다.

경북 의성군 비안면의 마을기업 농뜨락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B급 농산물을 농협 수매가보다 20% 높은 가격에 사들여 가공·포장 상품화해 팔고 있다.

매출액은 2018년 5억3천여만원에서 지난해 13억원(추정) 이상으로 늘었고 직원 수도 초기 6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35명이 근무해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했다.



대기업과 대형마트도 못난이 농산물 모시기에 나섰다.

삼성웰스토리는 농산물 유통 플랫폼 예스어스와 함께 일반 상품보다 5∼10% 저렴한 실속형 엽채류 상품을 각 업체에 공급하는 등 농가와 소비자, 기업이 상생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공급 엽채류는 시금치, 적상추, 부추 등 12종으로, 잎 크기가 균일하지 않거나 작은 상처가 있는 속칭 '못난이 농산물'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재료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급식 업체와 외식 업체에 실속형 상품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못난이 농산물을 평균 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고 롯데마트는 물가안정 기획 상품으로 상생 과일·채소를 소비자에게 선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