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 학원가의 모습.사진=뉴스1
서울 목동 학원가의 모습.사진=뉴스1
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출제에서 배제하라는 정부 지침에 일부 사교육 관련주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가 하락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오히려 일부 대책은 사교육 기업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사교육 관련주의 대표격인 메가스터디교육은 전 거래일 대비 1200원(2.11%) 하락한 5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디지털대성은 전 거래일보다 190원(3.24%) 오른 6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디지털대성이 일부 하락폭을 만회하긴 했으나 정부가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겠다고 처음 언급한 지난 19일 대비로는 각각 4.29%, 2.73% 하락했다.

정부는 연 26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킬러 문항 출제 배제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공교육에서 성실하게 학습한 학생들이 수능에서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의 킬러 문항은 핀셋으로 제거한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적정 난도와 변별력을 갖춘 문제가 출제될 수 있도록 교사를 중심으로 '공정수능평가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를 신설해 수능 출제 단계에서 킬러 문항을 걸러낼 계획이다.

수능 킬러 문항과 관련해 학생·학부모 불안감을 자극하는 허위·과장광고를 막고자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를 받고 일부 수능 전문 대형 입시학원의 부조리는 관계기관과 단호하게 조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결정이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도록 입학전형 영향평가를 시행한다. 또 현장 교사 중심의 무료 대입상담 등 공공컨설팅 및 대입 정보 제공도 확대한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사진=김범준 기자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사진=김범준 기자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정부의 이번 대책이 사교육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킬러 문항은 수능 1등급 컷인 4% 안에서도 초상위권 학생들만 매달리는데다 오히려 변별력을 위해 '준 킬러 문항'이 많아져 중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더 어려운 문제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 덜 어려운 문제를 맞추기 위한 노력으로 전환되는 것이기에 이번 대책으로 사교육 기업들이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 반수생들이 유리할 수 있어 사교육 시장에는 더욱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이번 발표가 사교육비 해결에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 나은 대학에 가려는 학생과 학부모의 욕구는 자연스럽고 이에서 비롯된 사교육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교육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교육과정 내 수능 출제'를 결정한 것과 자사고·외고 존치가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는 상황에서 이들 학교 존치 결정은 현 정부의 사교육 경감 기조와 상충된다.

무엇보다 시험의 목적인 변별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부 정책이 명확하지 않아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킬러 문항 없애면 사교육 안 한다고 누가 그러냐", "수능 5개월도 안 남기고 출제 방향 바뀌면 불안해서 학원 안 가고 수능 볼 수 있겠냐", "사교육비는 자사고, 특목고를 없애지 않는 한 절대 줄지 않을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