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100% 수거해 재활용…제주 '플라스틱 제로' 섬 될 것"
연 2조원대 생수시장의 요즘 화두는 페트병 재활용이다. 정부 지침에 따라 2030년까지 재생원료 사용 비중을 30%까지 늘려야 하지만, 원료 확보와 비용 등의 문제로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 1위 제주삼다수가 페트병을 100% 수거해 생수병으로 재탄생시키는 ‘플라스틱 제로 프로젝트’를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실험하기로 해 관심을 끈다.

백경훈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사진)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주도 내 투명페트병을 남기지 않고 전량 회수해 삼다수 병으로 다시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제주도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제주개발공사는 600억원을 투자해 새로운 자원순환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페트병, 100% 수거해 재활용…제주 '플라스틱 제로' 섬 될 것"
그동안 제주개발공사는 효성, 영원무역 등과 함께 삼다수 폐페트병을 의류나 포장재 소재로 활용하는 사업을 펼쳐왔다. 생수병으로 재활용하는 것은 시제품 정도에 그친다. 백 사장은 “지난해 정부가 폐페트병을 식품 용기로 만드는 것을 허용한 만큼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 2026~2027년 상용화할 계획”이라며 “2040년엔 제주도를 ‘플라스틱 제로’ 섬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물리적 재활용을 통해 폐페트병을 식품 용기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식품 용기 재생원료 기준’을 지난해 고시했다. ‘물리적 재활용’ 페트병은 회수, 파쇄, 세척 등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재생 원료 플레이크에 열을 가해 생산하는 제품이다.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한 순수 원료로 페트병을 제조하는 ‘화학적 재활용’보다 공정이 단순하다.

그동안 정부는 위생 우려 등을 이유로 물리적 재활용 페트병을 식품 용기로 사용하는 것을 막아왔다. 하지만 화학적 페트 원료를 구하지 못해 해외에서 대부분 수입하는 데다 기술개발로 물리적 재활용 페트병의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규제를 완화했다. 삼다수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재활용 생수병 보급이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 사장은 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을 현재 42%에서 2026년 46%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는 “2025년 신공장(L6)이 준공되면 삼다수의 연간 생산량은 100만t에서 140만t으로 늘어난다”며 “현재 매출 3000억원대에서 준공 후 4000억원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일본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선 “화산암반수인 삼다수는 일본 오염수의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품질 점검을 위해 추가 검사장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1시간 간격으로 품질 검사를 해 오고 있으며 아직 단 한 번도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취임한 백 사장은 공사 최초의 비(非)제주도 출신 사장으로 화제가 됐다. 30여 년간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부동산 개발, 주거복지 등의 분야에 종사한 기획통이다. LH 출신이 선임된 것은 제주개발공사의 주거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백 사장은 도내 공공주택 건설과 주거 서비스 개선에도 힘을 실을 방침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