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샷 한 번에 208걸음…세 번의 '칩 인' 만들었다
박민지(25)의 칩샷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2연패를 일궈낸 일등공신이다. 그는 2라운드에서 두 번, 최종라운드에서 한 번 ‘칩 인 버디’를 잡았다. 남들은 1년에 한 번 하기도 힘들다는 ‘칩 인’으로 해트트릭을 한 셈이다. 박민지의 우승(13언더파 203타)이 불과 1타 차이로 갈린 것을 고려하면 그린 주변의 날카로운 칩샷 덕분에 우승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민지는 “그린 주변 모든 칩샷은 넣는다는 생각으로 친다”고 했다. 칩샷을 앞두고 퍼팅을 할 때만큼이나 그린 주변을 살피는 이유다. 그는 “공과 홀까지 구간을 정면에서 본 뒤 반대편에서 보고, 다시 측면에서 다 보기 때문에 사실상 360도로 모두 관찰한다”며 “(경쟁자에게 방해되지 않게) 빠른 걸음으로 살피다보니 샷을 하기도 전에 지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가 최종라운드 4번홀에서 칩샷을 하기 전까지 그린 주변을 왔다갔다 할 때 옮긴 걸음수만 208걸음에 달한다.

그는 굴리는 칩샷을 할 때 54도와 58도 등 두 개의 웨지를 사용한다고 했다. 54도는 홀과 공 사이에 그린 공간이 넉넉할 때, 58도는 공간이 다소 좁을 때 꺼낸다. 그는 54도는 공이 비행하는 거리와 굴러가는 거리의 비율을 3대7, 58도는 5대5로 계산한다. 또 공은 평소보다 중앙에서 오른쪽에 위치하게 둔다. 박민지는 “그린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공을 가운데 두고 웨지의 로프트를 그대로 살려 띄워 치는 걸 추천한다”며 “치는 곳뿐만 아니라 공이 떨어지는 지점의 경사도 파악해야 제대로 된 칩샷을 구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이 놓여 있는 곳의 잔디 상태를 살피는 것도 필수. 박민지는 공에서 제일 가까운 지점의 잔디에 대고 빈스윙을 5차례 이상하며 잔디 결을 파악한다.

그는 “빈스윙 할 때 클럽이 잔디에 걸리면 조금 더 과감하게, 그렇지 않다면 백스윙을 작게해서 힘 세기를 조절한다”며 “같은 거리라도 휘두르는 세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