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풀어 고층 올리며 땅 받아 녹지 조성…"서울 모든 재개발 적용"
'IC 위 공원' 메구로 하늘공원에선 "동부간선도로 차막힘 해결 가능"
도쿄 녹지 찾은 오세훈 "이게 녹지생태도심…서울 대개조"
"감동이 느껴지네요.

초고층 빌딩 앞 정글에 들어온 듯한."
공무 출장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25일 도쿄역 인근에 조성된 길이 100m, 폭 30m 규모의 숲 '오테마치 포레스트'를 둘러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대개조'를 언급하며 추후 서울 도심부 재개발 시 용적률과 높이 등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녹지를 조성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24일부터 3일간 도쿄 곳곳 녹지를 둘러봤다.

2026년까지 서울에 6곳의 대규모 권역별 공원과 2천여곳의 마을정원을 조성하고 2천여㎞에 달하는 초록길을 만들겠다는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최근 발표한 만큼 앞선 해외 사례를 익힌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25일 오전에는 도쿄 역세권의 도심 고밀 재개발 지역인 마루노우치 지구를 시찰했다.

이 지구는 도쿄역과 황거(일왕 거주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도쿄의 명소 중 하나다.

민간 개발을 하면서도 녹지공간이 충분히 조성된 대표적 장소로, 빌딩을 높이 짓게 허락하는 대신 건축물 면적(건폐율)을 줄이고 저층부를 녹지와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든 게 핵심이다.

현장 해설을 맡은 송준환 야마구치대 건축학과 교수는 "본래 이곳은 황거 앞이라 30m 이상 높은 건물을 짓지 못했다"며 "주변 신주쿠나 시부야 등에는 초고층 빌딩이 개발되며 부동산 가치가 떨어졌고, 마치즈쿠리(마을만들기) 방침이 책정되는 등 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은 1988년 전면 재개발을 발표했지만 경제불황 여파로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1996년 추진협의회가 행정청에 개발 방법을 제안하는 등 많은 논의가 오갔다.

도쿄도와 치요다구, JR동일본과 토지 소유권자 등 민관이 머리를 맞대는 간담회도 여러 차례 열렸다.

진통 끝에 2000년 '도쿄역 주변 지구정비 유도방침 및 가이드라인' 등이 수립돼 재개발이 본격 추진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일대에는 용적률 1천% 이상 고층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서는 동시에 곳곳에 녹지가 조성돼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간이자 도쿄의 상징적 명소로 변모했다.

도쿄 녹지 찾은 오세훈 "이게 녹지생태도심…서울 대개조"
오 시장은 마루노우치 지구를 둘러보며 이런 녹지공간이 서울에도 많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 시장은 "(제가) 개발론자라 오해를 받는데, 개발업자가 돈 벌게 하려는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이런 녹지공간을 주기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라며 "이런 공간이 강남에 있나 서울 도심부에 있나.

반성을 바탕으로 이런 공간을 확충하는 게 '녹지생태도심 재창조'이자 '서울 대개조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예산을 최소화하며 시민들이 걷고 머물고 누리는 녹지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세운지구도 그렇고 이런 공간이 많아질 것"이라며 추후 서울에서 이뤄지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 이 같은 시스템이 안착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남 등 기존의 도시계획을 비판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개발 주체가 공개공지(사적 대지 안에 조성토록 하는 공적 공간)를 받아 시민을 위한 시설을 실내에 만들어놓으면 사실상 자유롭게 쓸 수가 없다면서 "문 열고 들어가 커피라도 사 먹어야 공간을 쓸 수 있는 방식"이라며 "지나가는 사람도 누릴 수 있어야 진정한 공개공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간을 개편해 쾌적한 녹지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면 '도시공간국'이 돼야 한다"며 현재 도시계획국의 명칭 변경 등 큰 틀의 시정 철학을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 가능성도 시사했다.

도쿄 녹지 찾은 오세훈 "이게 녹지생태도심…서울 대개조"
오 시장은 이날 도쿄역에서 일왕 주거지로 가는 길을 걸으며 문화재 옆 높이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최응천 문화재청장을 만나 문화재 인근이라도 필요에 따라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무작정 높은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높이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녹지나 보행로를 조성해 문화재까지의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의도다.

그는 "지금은 '감히 문화재 옆에 높은 건물을 짓느냐'며 거부하지만, 건물은 옆으로 빠지고 폭넓은 도보가 종묘부터 남산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해보라"며 "무엇이 진정 문화재를 돋보이게 하는 건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후 토라노몬 일대와 아자부다이힐스, 미드타운 지구 등 도쿄의 고밀복합개발 현장을 방문해서도 같은 메시지를 내놓았다.

모두 마천루 같은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서도 대규모 녹지를 구축하고 도로를 정비해 시민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곳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민과 관이 협력하고 보존과 개발을 조화시키며 민간 부지와 공공 녹지를 통합 조성한 곳이다.

이처럼 유연한 도시계획을 통해 신·구 건축물은 조화를 이루고 도심 속 녹지를 최대한 확보해 개발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시민을 배려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도쿄 녹지 찾은 오세훈 "이게 녹지생태도심…서울 대개조"
마루노우치 지구 방문에 앞서 24일에는 메구로구에 위치한 '메구로 하늘공원'을 방문했다.

이곳은 고속도로와 도쿄 내부 도로를 잇는 IC 위에 지붕을 덮고 옥상에 정원을 조성한 시설이다.

원형으로 빙 둘러 조성된 IC의 한가운데에는 운동장도 조성돼 주말에도 젊은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거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 시장은 시설 옥상에 조성된 녹지 외에도 원형으로 길게 뺀 IC 구조에 관심을 보였다.

이곳으로 진입하는 차량이 기존 도로부터 길게 늘어서지 않아 교통 체증 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구상이다.

그는 "서울 동부간선도로 등 도로의 진출입로가 많이 막힌다"며 메구로 하늘공원의 IC가 800m가량 길게 조성된 것을 언급, "이렇게 도로를 길게 빼면 IC는 막히더라도 이외 도로에서는 쌩쌩 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