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대입 수시 앞두고 차질 우려…업체선정 경위 감사해야"

최근 개통된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1학기 기말고사와 고3 수험생의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 차질이 생기는 등 학교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한 교원단체는 업체 선정 과정과 새 시스템 개통 시기에 대해 의문을 표하며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나이스' 오류에 기말고사 연기도…교원단체 "공익감사 청구"
교사노동조합연맹은 4세대 나이스와 관련된 학교 현장의 피해 사례를 접수한 결과 지필평가, 학생부 작성 등 다양한 분야의 사례가 접수됐다고 26일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의 A학교에서는 학생부의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수정하던 중 저장하고 다시 조회하니 B학교 학급 명단이 노출됐고, 창을 다시 열어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서울 C고교에서는 3학년 확률과 통계 성적을 출력했더니 미적분 점수가 출력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D학교에서는 같은 학교 다른 반 수행평가 결과가 검색됐다는 의견이 접수됐다.

수행평가 점수 합산이 틀렸다는 사례도 3건 접수됐고, 다른 학교 학생의 학적이 노출되거나 다른 교사의 호봉이 검색되는 등 개인정보가 그대로 드러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오류가 끊이지 않자 다수 학교는 정답 유출을 우려해 기말고사를 연기하고, 주말 사이 기말고사 문항 순서를 바꿔 시험지를 재인쇄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대입 수시모집을 위한 고3 수험생의 학생부 작성이 7∼8월에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학교마다 학생부 마감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게 교사들의 우려다.

한 교사는 설문에서 "대입전형 자료를 제공할 때 대학에 다른 학생의 학생부가 가면 어쩌나"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이 23∼25일 사흘간 전국 중·고교 교사 3천4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개편된 4세대 나이스 시스템에 대해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87.3%(2천992명)는 '매우 불만족', 8.9%(304명)는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교사의 99.1%(3천396명)는 '4세대 나이스 개통 시기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교원노조는 이와 관련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 정기고사 문항정보표 및 교원 인사정보 등이 유출된 경위 ▲ 교원단체 우려에도 성적 처리 등이 몰린 시기에 개편이 이뤄진 배경 ▲ 2천800억원에 달하는 교육부 나이스 사업 예산의 적정성 ▲ 부정당업자로 제재받은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된 경위 등을 감사해달라고 청구할 방침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천824억 원을 들여 개발한 '4세대 나이스'는 하루 만에 먹통이 됐다"며 교원노조의 요구에도 기말고사 성적 처리가 몰린 6월에 개통을 강행한 교육부의 결정을 규탄했다.

전교조는 또 "대통령 발(發) 수능 혼란을 시작으로 이번 나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교육정책 참사의 연속"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파면, 4세대 나이스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좋은교사운동도 성명을 내고 "중·고교 성적 정보들이 불특정 다수 학교에 노출된 범위를 생각하면 수능 킬러문항 논란보다 더 심각하다"라며 교육부가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좋은교사운동은 "현장은 학기 말 수행평가 확인·마감, 기말고사 출제·운영 과정에서 극도의 혼란을 겪어야 했다"며 "예정된 도입 시기가 1학기 말까지 밀린 이유를 투명하게 밝히고, 시스템 개발 과정과 참여 업체의 역량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