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첫 전용전기차…헤리티지 계승한 외관에 섬세한 인테리어
주행거리 377㎞…"레인지 모드서 10∼15% 거리 증가"
[시승기] 렉서스 RZ450e…안정감은 렉서스 그대로, 주행거리는 '글쎄'
'RZ450e'는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첫 전용 전기차다.

앞서 출시된 전기차 UX300e가 하이브리드 차량 기반이라면 RZ450e는 렉서스가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e-TNGA 플랫폼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23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RZ450e를 마주했다.

전면부는 렉서스 고유의 모래시계 형상을 살리되 통풍구를 없애 '전기차'다운 느낌이 물씬 풍겼다.

또 통상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보다 루프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경사가 완만하고 전고도 낮아 전체적으로 날렵해 보였다.

시승회에서 만난 카사이 요이치로 렉서스 인터내셔널 부수석 엔지니어는 기자에게 "엔진이 없는 전기차의 특징을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엔진을 식혀줄 그릴을 없애고, 엔진이 빠진 만큼 후드를 낮추다 보니 SUV보다 쿠페에 가까운 디자인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루프 끝에 위치한 '고양이 귀'와 같은 형상도 눈에 띄었다.

카사이 부수석 엔지니어는 "'고양이 귀' 모양이 가장 직진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고, 보다 '매끈한' 전기차를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차량 내부 시트와 도어에는 식물 원료를 활용한 스웨이드 소재가 적용돼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터널을 지나거나 야간주행 시에만 보이는 비늘무늬의 은은한 일루미네이션 효과도 멋스러웠다.

전자식 제어 방식으로 힘들이지 않고 열리는 문, 버튼을 누르면 불투명한 유리가 투명해지는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등 곳곳에서 사용자 편의를 높이려는 렉서스의 시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다만 조수석 앞에 위치한 글로브박스가 빠진 점은 아쉬웠다.

각종 차량 보험 서류와 청소도구를 넣어둘 공간이 사라지며 희생해야 하는 실용성에 비해 인테리어적 이점이 크지 않아 보였다.



RZ450e를 본격 주행하기 위해 스피디움 내 슬라럼 공간으로 향했다.

20m 간격으로 세워진 러버콘을 좌우로 지나 U자형 구간을 통과한 뒤 급제동하는 코스였다.

인스트럭터의 '출발' 소리가 울리자마자 평소 도로에선 해보지 않은 깊이까지 액셀을 과감히 밟았다.

당초 꼿꼿하게 서 있던 상반신이 시트 쪽으로 젖혀지며 즉각적이고 강력한 가속이 붙었다.

RZ450e의 시스템 총출력은 312마력이다.

러버콘 사이를 지날 때는 급하게 속도를 내는 바람에 커브 폭이 점점 커졌는데, 그럼에도 차체 중심이 아래에서 단단하게 받쳐준다는 게 느껴졌다.

젖은 노면에서 빠른 속도로 정지선에 다다르며 제동했는데도 안정적인 접지력을 발휘했다.

빠른 속도 때문에 U자형 구간에서 '끽'하는 소리와 함께 차량이 다소 미끄러짐이 있었지만,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이 정도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섬세한 조작을 원하는 사용자들이 필요로할 만한 정보도 직관적으로 제공했다.

이어 합강정 휴게소까지 약 20㎞를 달렸다.

디지털 계기판은 보기 편했고, 처음 접한 차이지만 어렵지 않게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었다.

전비도 kWh(킬로와트시)당 5.5㎞로 양호한 기록을 보였다.

RZ450e의 공인표준 전비는 kWh당 5.4㎞다.

전력 효율을 높이는 '레인지 모드'를 켜면 차량이 알아서 에어컨 작동을 중단하고, 최대 속도를 제한하는 등 자체 '비상 모드'로 전환해주는 점도 편리했다.

배터리가 방전에 가까워진다 싶으면 에어컨부터 끄고 보는 전기차 사용자들의 마음을 읽은 듯했다.

다만 RZ450e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377㎞로, 최근 출시되는 유사한 가격의 전기차에 비해 다소 짧은 수준이다.

카사이 부수석 엔지니어는 "배터리를 키워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에 기술적인 한계가 있지는 않았다.

차량 균형과 주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이같이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레인지 모드를 실행할 경우 10∼15%까지 주행거리 늘릴 수 있어 보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시승기] 렉서스 RZ450e…안정감은 렉서스 그대로, 주행거리는 '글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