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들이 골프백에 넣을 수 있는 클럽은 최대 14개다. 선택은 자유다. 정교한 세컨드샷을 신경 쓰는 선수는 아이언이나 우드를 하나 더 넣고 웨지를 2개만 꽂는다. 그린 주변에서 다양한 샷을 구사하는 선수는 우드를 하나 빼고 웨지를 3개 넣는다.

박민지(25)는 후자다. 골프백에 50도, 54도, 58도 웨지를 넣고 다닌다. 그만큼 그린 주변에서 다양한 샷을 구사한다. 그런데 그 좋던 웨지가 올 들어 속을 썩였다. 그래서 6승씩 거둔 작년과 2021년 같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집 나갔던 박민지의 ‘송곳 웨지’가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 돌아왔다. 박민지는 이번 대회에서 ‘칩인 버디’를 세 번이나 성공했다.

박민지의 송곳 웨지가 돌아온 건 아이러니하게도 실망스러운 성적(공동 20위)을 낸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메이저대회 살롱파스컵이 남긴 선물이다. 박민지는 “그때 일본 선수들의 어프로치 샷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며 “우승자 야마시타 미유의 칩샷을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그의 샷을 관찰하고 연구한 박민지는 자기만의 칩샷을 연습했고, 이번 대회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비밀병기가 됐다. 박민지는 “요새는 그린 주변에서 하는 웬만한 칩샷 기회는 모두 넣는다는 생각으로 친다”고 말했다.

칩샷을 잘하는 비결을 묻자 박민지는 “영업비밀”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칩샷을 할 때 여러 클럽을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58도 웨지로 높이 띄우기보다는 54도 웨지로 굴리는 샷을 자주 한다”고 귀띔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