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있는 이마트 칭기즈점.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떡볶이 제육볶음 등 한식을 판매하는 음식 코너는 만석이었다. 하루 1000판 이상씩 판매되는 한국식 피자 코너 앞은 주문하려는 고객으로 북적였다. 한 몽골인 남성은 "한국에서 5년 정도 일했다"며 "한식이 익숙해 저녁에 친구들과 치맥, 소맥도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몽골에 K푸드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마트 CU 오비맥주 등 한국 기업들은 몽골 시장에서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 몽골에 진출한 이마트는 울란바토르에서 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4호점, 2026년 5호점에 이어 6호점 출점 계획도 세우고 있다. 3개 매장 방문 고객은 월 150만명에 달한다. 울란바토르 인구 약 160만명 중 한국 교민이 2000~3000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현지 고객인 것이다.이마트는 K푸드를 앞세워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울란바토르 시내에 짓고 있는 식품가공센터가 오는 9월 완공되면 김치, 부대찌개, LA갈비 등 다양한 한식을 직접 제조해 유통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질 좋은 한식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식품 개혁을 통해 몽골의 식문화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목표"며 "몽골을 교두보 삼아 중앙아시아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몽골에서 한식이 인기 있는 이유가 단순히 한류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몽골 남성의 평균 수명은 63.8세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식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몽골 식단이 고기 위주이지만 한식은 다양한 채소를 활용하고 발효 식품도 많다. 현재 울란바토르에서 판매되는 김치는 하루 3t에 달한다. 6만명이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다.한국 편의점 업계도 몽골 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BGF리테일은 현재 320여개 CU 점포를 운영 중이다. 울란바토르 시내 중심에서는 30~50m 거리마다 CU를 볼 수 있다. 몽골 편의점 업계 1위인 CU의 점포당 평균 객수는 1000여명으로 한국보다도 많다. 2021년 몽골에 진출한 GS리테일은 현재 200여개 GS25를 운영하고 있다. 2025년까지 몽골에 500개 점포를 낼 계획이다.1999년 몽골에 진출한 오비맥주는 수입 맥주 시장 점유율(약 10%) 1위다. 몽골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몽골에서는 알코올 도수 6.9도짜리 '카스 레드'가 인기다. 국내에선 단종된 상품이지만 보드카, 위스키 등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는 몽골인들에게는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20~30대 초반 젊은 층이 주요 소비층"이라며 "높은 인지도룰 바탕으로 판매망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울란바토르=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편의점 CU가 카자흐스탄에 진출한다. 한국 편의점이 중앙아시아에 진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BGF리테일은 20일 카자흐스탄 현지기업 ‘신라인’의 편의점 전문 신설 법인인 ‘CU 센트럴 아시아’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신라인은 카자흐스탄의 아이스크림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최대 아이스크림 업체다. 현재 카자흐스탄 및 중앙아시아 전역에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신라인은 라면, 냉동식품, 유제품 등으로 사업군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CU와 손을 잡았다.한국 편의점이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U는 이번 계약을 통해 신라인에게 브랜드 사용 권한 및 매장 개설, 사업 운영권을 주고 그에 대한 로열티를 받게 된다. 고려인 3세인 신 안드레이 신라인 대표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번 계약 체결 전 CU의 운영 시스템을 직접 경영하기 위해 수차례 한국을 찾았다. 양사는 지난해 11월 첫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구체적인 사업 계획 수립에 나섰고 올 상반기 현지 사업 타당성 검토를 마쳤다. CU는 카자흐스탄에서 편의점의 사업성이 높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1인당 구매력 평가지수 기반 1인당 PPP가 지난해 3만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구매력이 높은 국가로 평가받는다. 전체 인구 중 30세 미만의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53%에 달한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한국 문화의 인기 역시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힌다.코로나19 이후 카자흐스탄 내에서 근거리 쇼핑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카자흐스탄이 대형마트에 비해 소형 유통 점포 환경이 여전히 낙후되어있는 만큼 현대화된 편의점 채널의 수요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현지 유통 업체들은 기존의 창고형 매장이나 슈퍼마켓(SSM) 등 대형 평수 위주의 출점 전략에서 벗어나 지난 2020년 이후 300㎡ 이하의 중소형 점포들에 집중하고 있다.CU는 내년 상반기 중 카자흐스탄 1호점 개점을 시작으로 향후 5년 간 500개 점포 이상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을 중심으로 인접 국가까지 추가 진출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 CU는 현재 몽골에 320여개 점포, 말레이시아에 13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건준 BGF리테일 대표는 “몽골 편의점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는 등 CU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성장해 가고 있다”며 “지난 30여 년간 국내외에서 쌓은 CU만의 성공 노하우로 글로벌 시장에서 K-편의점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주요 식재료 구매 채널이 아닌 편의점에서 소금을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자 소비자들이 소금 사재기에 나서면서다.불안감을 느껴 미리 소금을 사두려는 심리가 형성된 데다 국내 주요 천일염 산지인 전남 신안 일대 잦은 비로 인한 생산량 급감이 겹쳤다. 이달 초(6~12일)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의 천일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배가량 뛰었고 쓱(SSG)닷컴에선 소금 매출이 약 6배 증가했다.이처럼 ‘소금 대란’을 빚는 가운데 편의점 CU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국내산 천일염 기획전을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CU가 지난달부터 자체 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 ‘포켓CU’를 통해 판매 중인 소금 전문 제조사 에코솔트의 ‘더맑은 소금’ 4종이다.에코솔트는 “보유 특허 기술 ‘MMPF(Magnesium, Micro-Plastic Free) 공법’으로 만들어 천일염의 쓴맛을 내는 간수와 마그네슘 양을 조절해 맛있는 소금 상태를 구현하고,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해 깨끗한 소금을 생산한다”고 소개했다.당초 기획전 홍보 문구를 ‘미세플라스틱 걱정 없는 프리미엄 천일염’으로 내건 만큼 원전 오염수에만 초점을 맞춘 건 아니다. 하지만 제조사 측은 “정기적으로 방사능 안전검사를 시행해왔을 뿐 아니라 이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개발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소비자 불안 요소를 제거한 제품 판매가 포인트다.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의 신재호 e-커머스팀장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소식에 먹거리 불안을 느끼고 있는 고객들을 위해 특허 기술과 방사능 검사를 통해 안전하게 생산된 국내산 소금을 판매한다”고 말했다.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