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⅔이닝 2실점 역투로 시즌 5승…9회 2아웃에서 김휘집 실책
"김휘집이 두 번이나 병살 잡아줘…고맙게 생각"
실책으로 완투 놓친 후라도 "김휘집 잘못 아냐…오히려 고마워"
키움 히어로즈 아리엘 후라도(27)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KBO리그 첫 완투승에 도전을 이어가던 9회 초 1사 1, 2루.
4-1로 앞서가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을 허용할 상황에서 홍원기 감독은 직접 마운드를 방문해 내야수를 모두 불러 모은 뒤 후라도에게 "주자에게 신경 쓰지 말고 아웃 카운트만 집중하라"고 격려했다.

후라도가 양석환을 내야 땅볼로 정리해 2사 2, 3루로 이어졌고, 타석에는 호세 로하스가 섰다.

로하스의 타구는 후라도의 글러브에 스친 뒤 1루와 2루 사이로 수비 위치를 옮긴 유격수 김휘집 정면으로 향했다.

여기서 김휘집은 1루에 악송구해 1점을 허용했고, 키움 벤치는 116구를 던진 후라도를 내리고 임창민을 투입해 4-2 승리를 지켰다.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8⅔이닝 7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시즌 5승을 수확한 후라도는 완투를 놓친 걸 개의치 않고 콧노래를 부르며 인터뷰를 위해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통역이 "팀이 이겨서 지금 기분이 최고"라고 따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후라도의 얼굴에서는 완투를 놓친 아쉬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후라도는 "야구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이미 지난 일이라 괜찮다.

긴 이닝을 던져서 팀이 이겨서 기쁘다"고 미소를 보였다.

김휘집은 유독 후라도가 마운드에 있을 때 실책을 저지른다.

실책으로 완투 놓친 후라도 "김휘집 잘못 아냐…오히려 고마워"
이날 경기 후 그라운드를 도는 아이들과 하이 파이브 하는 '그라운드 키즈런' 행사에서도 김휘집은 실책을 자책한 탓인지 어두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후라도는 "경기 후 '네 잘못이 아니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김휘집을 격려했다.

그는 매우 열심히 하는 선수고, 매 경기 좋은 수비를 보여준다.

오늘도 병살 플레이를 두 번이나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9회까지 던진 것만이라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김휘집이 마음의 짐을 털어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후라도는 삼진을 2개만 빼앗은 대신, 상대 범타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투구로 긴 이닝을 버텼다.

그는 "오늘 제 스타일대로 범타를 유도하면서 경기하고자 했다.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서 운 좋게 쉽게 경기를 풀어갔다"고 했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이지영과 미리 밑그림을 그린 것이었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같은 방향성을 추구한다"고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키움은 이날 두산전에 지난 5시즌 동안 '왼손 에이스'로 활약한 에릭 요키시 고별 행사를 마련했다.

실책으로 완투 놓친 후라도 "김휘집 잘못 아냐…오히려 고마워"
키움 더그아웃 대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요키시는 팀이 4-2로 승리한 덕분에 더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 후 송별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요키시와 반년 가까이 함께 보냈던 후라도는 "좋은 친구이자 동료였는데 떠나서 아쉽다.

오늘 좋은 투구로 팀 승리에 기여해 (요키시에게 승리를 선물해서) 정말 만족한다.

요키시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다"고 했다.

1군 엔트리 제외 등 휴식일 없이 마운드를 지키겠다고 말했던 후라도는 최근 투구 수가 많아진 여파로 마음을 바꿨다.

그는 "요키시가 빠져서 팀 사정 때문에 쉬기 어려웠는데, 솔직히 지금은 좀 쉬고 싶다.

작년에도 70이닝(실제로는 57⅓이닝)밖에 안 던져서 피로 해소를 위해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후반기에 더 건강하게 던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로 후라도는 시즌 15경기에서 93⅔이닝을 소화, 리그 최다이닝 투수로 올라섰다.

후라도의 역투에 감명받은 키움 팬 가운데 일부는 후라도의 모국인 파나마를 여행하고 싶다고까지 말한다.

후라도는 "파나마는 운하가 유명하고 해변이 무척 아름다운 나라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겠지만,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한다"며 "파나마를 좋아해 주셔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