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의 첫 순수전기차 'RZ 450e'와 5세대 하이브리드 'RX 450h+'를 지난 23일 강원도 인제에서 타봤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RZ 450e의 경우 400km가 채 안 되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다소 아쉽게 느껴졌지만, 전기차에 렉서스의 기존 주행 장점을 고스란히 담은 것은 인상적이었다. RX 450h+는 하이브리드차에서 왜 렉서스가 최고 수준인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모델이었다.

전기차에 렉서스 정숙성을 담았다…RZ 450e

렉서스 RZ 450e. 렉서스코리아 제공.
렉서스 RZ 450e. 렉서스코리아 제공.
렉서스가 처음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RZ 450e 외관은 기존 렉서스 디자인을 계승했다. 외관만 봐도 렉서스 차량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순수전기차에서 내연기관차와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다른 행보다.

전면부는 렉서스의 시그니처 그릴인 스핀들 모양을 그대로 적용했다. 다만 전기차인 만큼 그릴은 막혀있다. 스핀들 아래로 공기가 유입돼 배터리 등 부품을 냉각시켜준다. 충전구는 앞쪽 펜더 옆에 위치했다.
렉서스 RZ 450e. 렉서스코리아 제공.
렉서스 RZ 450e. 렉서스코리아 제공.
측면부는 역동적 캐릭터 라인을 강조했다. 앞바퀴에서 뒷바퀴로 이어지는 부분에 음각이 강한 캐릭터 라인을 넣어 공기 저항을 뚫고 앞으로 힘차게 달려 나가는 모습을 살렸다.

반면 후면부는 기존 렉서스의 점잖은 디자인 철학을 탈피하고 미래지향적 모습을 반영했다. 테일램프의 경우 후면부를 일자로 완전히 가로지르게 만들어 전기차임을 알 수 있게 했다. 뒤에서 보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차체가 눈에 띄게 커지면서 안정감과 함께 역동적인 디자인을 적용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805mm, 전폭 1895mm, 전고 1635mm, 휠베이스 2850mm로 투싼보다는 크지만 싼타페보다는 작다. 다만 전기차 특유의 장점인 긴 휠베이스 덕에 내부는 싼타페만큼 크다.
렉서스 RZ 450e.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렉서스 RZ 450e.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내부는 기존 렉서스 인테리어를 거의 유사하게 반영한 모습이지만 곳곳에 전기차임을 알려주는 포인트를 살렸다. 렉서스 모델 중 처음으로 전자식 기어 변속 레버를 달았다. 중앙 콘솔 아래 별도의 수납공간을 배치했고, 조수석 콘솔이 없어 공간이 더 넓게 느껴졌다.

렉서스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TNGA 기반임에도 소위 앞쪽 트렁크로 표현되는 프렁크 공간이 없는 게 아쉽다. 중앙에는 14인치 터치식 디스플레이로 드라이브 모드 등을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시인성이 좋고 직관적으로 표현돼 사용하기 어렵지 않았다. 다만 전자식 계기판은 7인치 디스플레이 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가 있어 운전 중 식별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실제 주행에 돌입해보니 배터리의 다소 아쉬운 스펙을 극복하는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주행감을 느낄 수 있었다. 1회 충전 시 최대 377km라는 스펙은 400km 이상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보다는 다소 짧게 느껴진다.
렉서스 RZ 450e. 렉서스코리아 제공.
렉서스 RZ 450e. 렉서스코리아 제공.
세단이 아닌 크로스오버 형태 차량이지만 중저속뿐 아니라 고속에서도 낮게 깔려 길을 미끄러져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기차 특유의 무소음에 더해 렉서스의 정숙성, 점잖고 고급스러운 주행감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

가뜩이나 정숙성에 집착하는 렉서스지만 순수전기차 플랫폼인 e-TNGA 기반으로 배터리와 후륜 모터를 최대한 낮게 배치해 고속 주행의 안정감까지 신경썼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스템 총 출력은 312마력으로 부족하지 않다.

직선주로처럼 곡선주로에서도 바닥에 딱 붙어서 커브길을 빠져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RZ 450e에는 앞바퀴와 뒷바퀴에 전기차만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이액슬(e-Axle)이 적용된 다이렉트4(DIRECT4) 사륜구동 시스템에 적용됐다.
렉서스 RZ 450e. 렉서스코리아 제공.
렉서스 RZ 450e. 렉서스코리아 제공.
충전은 DC콤보 방식의 급속과 AC 완속 충전이 가능하며 DC 급속 충전 150kW(400A) 기준으로 상온 25~30℃ 시 30%에서 80%까지 약 30분이 소요된다.

기존 렉서스 차주 중 렉서스의 주행 감성을 그대로 가지면서 전기차에 관심 있는 소비자라면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은 8400만원부터다. 국내에선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7400만원~)이나 아우디 Q4 이트론의 상위 트림(7200만원~)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끝판왕 RX 450h+

"정말 조용하다"…렉서스가 작정하고 만든 첫 순수전기차 'RZ' [신차털기]
렉서스 순수전기차 RZ와 함께 하이브리드차 RX 450h+도 타봤다.

도요타 하이브리드 전용 플랫폼 기반으로 만들어진 RX는 준대형 SUV 모델로 럭셔리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세그먼트(차급)를 개척한 모델이다. RX는 2006년 처음 등장한 이후 렉서스 핵심 모델로 전 세계에서 362만대 이상 팔리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에 공개된 모델은 7년 만에 이뤄진 완전변경(풀체인지)로, RX 5세대 모델이다.

이번 RX는 3가지 모델로 나왔다. 2.5L 하이브리드 기반의 RX 350h, 이번 모델 중 유일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인 RX 450h+, 퍼포먼스 모델인 2.4 터보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RX 500h다.

RX는 도요타가 이번에 새롭게 개발한 'GA-K 플랫폼'을 바탕으로 설계됐으며 차체는 전장 4890mm, 전폭 1920mm, 전고 1695mm, 휠베이스 2850mm로 싼타페보다 다소 작다.
"정말 조용하다"…렉서스가 작정하고 만든 첫 순수전기차 'RZ' [신차털기]
내·외관은 기존 RX 대비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졌지만 큰 틀에선 달라지지 않았다.

전면부는 심리스 타입의 스핀들 바디를 적용해 더 매끄러워진 정도다. 주행감의 정숙성을 강조하는 렉서스답게 외부 디자인 역시 무게중심이 낮아졌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아래로 떨어지는 패턴을 곳곳에 적용한 게 특징이다.

후면부는 수평으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를 적용해 미래지향감을 표현하는 한편 기존 렉서스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안정적이고 점잖은 느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주목할 부분은 파워트레인이다.

실제 탑승한 차량인 RX 450h+에는 2.5L 직렬 4기통 자연흡기 엔진이 얹어졌다. 여기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중심으로 시스템 총 출력 309마력의 힘을 보여준다. 복합연비 14.0km/L를 자랑한다.

제원상 전기모드로만 최대 56km를 운행할 수 있지만 실제 주행에선 이보다 긴 60~70km 사이를 운행할 수 있을 정도다. 웬만한 시내 주행은 전기모드로만 운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다.

본격 운행에 돌입하자 왜 렉서스가 하이브리드에서 최고 수준인지 알 수 있었다. 초반 전기모드로 갈 때는 부드러운 주행감의 끝을 보여준다. 차체를 설계할 때부터 묵직하고 정숙한 느낌의 주행감에 초점을 맞춰 부품의 자리를 배치한 영향이다.

효율적 연비에도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주행 중 전기모터에서 엔진으로 넘어가거나, 반대로 엔진 개입이 중단되고 전기모터가 재작동 할 때의 그 특유의 이질감이 불편해서다. 주행감에 민감한 운전자들은 하이브리드차 특유의 꿀렁임을 선호하지 않는다.

여기에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까지 탑재하다 보니 연비 효율을 얻는 대신 뛰어난 운동 성능을 기대하긴어렵다.
"정말 조용하다"…렉서스가 작정하고 만든 첫 순수전기차 'RZ' [신차털기]
RX 450h+는 초반 중저속에서 전기모드로 달리다가 엔진이 살아났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었다. 전기모터로 달리고 있는지, 엔진으로 달리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정도다.

오롯이 전기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한 EV모드를 선택할 수 있고, EV주행을 메인으로 하면서 주행 환경에 따라 엔진을 개입시킬 수 있는 오토EV 하이브리드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상태에 따라 엔진과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드, 배터리 충전량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엔진 구동력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는 배터리 차지 모드도 선택할 수 있다.

RX 450h+에는 렉서스에서 개발한 E-Four 시스템이 채택돼 차량의 상태에 따라 후륜에 토크를 적절하게 배분해주면서 노면이 달라져도 일관된 주행감을 느낄 수 있었다. 렉서스에 따르면 후륜과 전륜의 토크 비율이 100:0~20:80까지다.

코너링 시에는 속도와 노면 환경에 따라 뒷바퀴가 알아서 구동력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켜 운전자의 의도대로 조향의 정도나 속도감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줘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서스펜션은 전자식 가변 서스펜션을 달았다.

렉서스는 이번 RX 모델을 개발하면서 GA-K 플랫폼을 통해 휠베이스를 약 60mm 더 늘린 데다 차체 무게중심을 기존보다 더 낮췄다. 주행의 정숙성과 안정성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최근 절하된 엔화 환율에도 불구하고 다소 비싸게 책정된 가격은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RX 시리즈의 가격은 △RX 350h 9740만원 △RX 450h+ 1억850만원 △RX 500h F 스포츠 퍼포먼스 1억1560만원이다.

인제(강원)=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