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0년 만에 돌아온 조선업 호황에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이 자리 잡은 울산 동구 일대부터 점차 활력을 찾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 조선업이 턱밑까지 추격해 앞으로를 장담할 수 없다는 건데요.

기업은 첨단 친환경 선박이라는 초격차 승부수를 던졌고 지역사회는 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고영욱 기자 입니다.

<기자>

조선업은 울산경제의 17%, 고용의 약 20%를 담당합니다.

그만큼 지난 10년간의 조선업 불황은 울산 경제에 치명타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최근 바뀌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올해 누적 수주액 우리 돈 5조원, 3년 치 일감을 확보하면서입니다.

도크는 만들고 있는 선박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사이로 트랜스포터가 거대한 선박 블록을 실고 쉴 새 없이 지나다니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호황기에 돌입한 모습입니다.

이런 온기는 조선소 인근 상권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과거 식당가 곳곳에 임대 딱지 붙어있었던 모습과 정 반대입니다.

[강임순/현대중공업 인근 음식점 주인 : 조선업 경기가 많이 좋아져서 6월에는 예약이 거의 다 찰 정도로 좋습니다. 점심 때도 갑자기 손님들이 오셔서 삼계탕 20개씩 드셔서 숨통이 트이죠.]

이런 모처럼의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습니다. 중국이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LNG선의 경우 2년 전(상반기 기준) 92%p에 달했던 중국과의 수주격차가 지난해 40%p까지 줄었습니다.

선박을 수백개의 조각으로 쪼개 조립하는 블럭 공정으로 배를 만드는데 이 기술을 중국이 그대로 따라해 경쟁력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게 조선업계 설명입니다.

자칫하면 지역경제가 또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초격차 전략이 필요한 시점. 핵심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기술입니다.

[이상기/HD현대중공업 엔진기술개발 담당 상무 : 친환경 선박 기술이 나오게 되면서 저희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다보니까 중국과의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조선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선박의 전 생애에 거쳐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만들어질 때부터 폐선 될 때까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추적하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사회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 선박을 선도해 고객인 선사들을 사로잡는다는 포석입니다.

[류희진/HD현대중공업 ESG 담당 상무 :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선주사의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향후 우리 선박 수주량을 늘리고 차별화된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서 수익성 역시 높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핵심기술인 친환경 엔진기술도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LNG와 디젤을 함께 연료로 써 탄소배출을 줄인 이 엔진(‘힘센엔진’)은 LNG운반선이나 컨테이너 7천개를 싣고 움직이는 거대한 배에 들어갑니다.

전 세계 LNG운반선 5대 중 3척이(시장점유율 60%) 이 엔진을 씁니다.

수소와 암모니아, 메탄올 같은 차세대 친환경 엔진도 개발 중입니다.

[이상기/HD현대중공업 엔진기술개발 담당 상무 : 메탄올 이중연료엔진을 개발해서 선급으로부터 인증을 받았고, 그 첫 엔진이 덴마크 머스크 컨테이너피더선에 탑재돼서 다음 달이면 인도될 예정입니다.]

울산시도 이런 친환경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주태엽/울산광역시 주력산업과장 : 조선분야 미래 친환경 통합연구센터를 2025년까지 구축해 친환경 선박시스템, 전기추진체계 핵심기술 개발 등을 통해 스마트선박 및 자율운항선박 기자재 국산화로 HD현대중공업과 함께 지역 중소기업을 육성 지원하겠습니다.]

울산은 모처럼 찾아온 조선업 수주 호황 속에서도 마냥 들뜨지 않고 첨단 기술로 재무장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

영상취재: 이창호

영상편집: 김민영

CG: 박관우


고영욱기자 yyko@wowtv.co.kr
모처럼 호황에도...친환경 선박 '초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