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5천만원 증발…집값 하락에 가계 자산도 '마이너스'
국내 부동산시장 급락 여파로 인해 가계 평균 순자산이 1년여 동안 5천만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시장의 급격한 조정으로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21일 공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중 '주택시장 관련 주요 금융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주택가격 조정으로 가계 평균 순자산 규모가 2021년 말 4억4천만원에서 올해 3월 말 3억9천만원으로 5천만원 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은이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등을 활용해 시산한 추정치다.

실제 가계 자산 구성 변화를 살펴보면 부동산가격 하락이 가계에 미친 영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1년 말 가계 평균 순자산(4억4천만원) 가운데 대부분인 4억원 상당이 부동산으로 형성돼 있었고 그 외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천만원 수준에 그쳤다.

반면 올해 3월 가계에서 실물자산 규모는 2021년 말과 동일한 수준(2천만원)인 반면 부동산 가격은 5천만원 하락한 3억5천만원으로 나타났다.

자산 대비 부채 비율(DTA)이 100%를 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는 고위험가구 비중(금융부채 보유가구 수 대비 고위험가구 수)은 2.7%에서 5%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DTA가 75%를 초과하고, DSR이 30%를 넘긴 가구도 해당 기간동안 6.4%에서 11.4%까지 증가했다.

다만, 전세가격 하락에도 임대가구의 보증금 반환능력은 대체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격이 올 3월 수준을 이어간다면 임대가구가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 차액 규모는 올해 24조2천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해당 기간중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보증금 전체 규모(288조8천억원)의 약 8.4% 수준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세 임대 가구(116만7천가구)의 대다수가 보유 금융 자산과 추가 차입 등을 통해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차입 후에도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가구의 비중은 약 4.1∼7.6%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택시장에서 뇌관으로 작용할 이슈로는 우선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미분양주택 증가가 꼽힌다.

대구광역시 등을 중심으로 미분양주택이 빠르게 늘면서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7만1천호 가량이 미분양인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아파트의 분양물량 소진률 역시 지난 2020년 98.2%에서 2021년 97.4%, 2022년 84.1%, 올들어 4월까지 78.9%에 그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 추세에 있다.

문제는 이같은 미분양주택 증가가 건설사의 미수금 증가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분양주택이 늘면서 주택사업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부동산PF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한은 시각이다.

실제 작년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연체율(1.19%) 및 고정이하여신비율(1.25%)은 2021년 이후 상승 추세에 있다.

또 집값 하락에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부실금액이 2022년 기준 1조6천억원으로 1년 전(6천억원)보다 2배 이상 급증하고 대위변제 규모도 2배 가량 늘어나는 등 재정 부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한은은 주택시장과 관련해 현재까지는 현실화된 부실 규모가 크지 않고 금융권 복원력도 양호해 리스크가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봤다.

다만 단기간내 집값 급락 시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부담 증대와 미분양주택 물량 증가, 부동산PF 부실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은 우려요인으로 평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가격의 완만한 조정이 임차가구 주거비 부담과 전세대출 수요 둔화를 통한 가계대출 축소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향후 주택시장 부진 장기화에 따른 부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수요자 위주의 규제 완화와 분양가 조정,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에 직면한 전세 세입자 보호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미기자 bm0626@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