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양국 관계 긴밀", 마크롱 "양국 우정 소중히 여겨"
이주민 수용·젤렌스키 만찬 등 둘러싸고 수개월간 갈등 분출
伊·佛 화해 기류 타고 멜로니, 마크롱과 파리서 정상회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났다.

AFP,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이주민 문제 등을 둘러싸고 수개월 동안 갈등을 빚었던 두 국가의 관계가 해빙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 앞서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긴밀하고 핵심적인 국가이며, 유럽연합(EU)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대화하고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양국이 공동 개발한 SAMP/T 방공 시스템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운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는 때때로 분쟁이 있었지만 항상 상호 존중을 잃지 않았다"며 "나는 양국의 우정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고 화답했다.

그는 양국이 에너지, 경제, 기후뿐만 아니라 이주민 문제에 대해서도 긴밀하게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튀니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멜로니 총리의 인식에 공감한다"며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튀니지 문제에 대해 같은 노선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멜로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의 정상 회담은 수개월 전부터 추진됐지만 하루 전에야 공식 확정됐다.

EU에서 각각 두 번째, 세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멜로니 총리가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지중해 이주민 수용 문제를 둘러싸고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해 11월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장기간 거부하는 등 이주민에 대해 강경 정책을 펼치자 프랑스 정부는 "이탈리아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며 공개 비난한 데 이어 이탈리아로부터 이주민 3천500명을 받기로 한 계획을 백지화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지난 2월엔 파리에서 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3국 정상의 만찬 회동이 성사되자 멜로니 총리가 EU 역내 '빅3'에 해당하는 이탈리아를 '푸대접'한 것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멜로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통해 화해의 물꼬를 트는 듯했지만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의 발언으로 찬물이 끼얹어졌다.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자국 라디오 인터뷰에서 "멜로니 총리는 이주민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면서 위기를 끝낼 수 있다고 유권자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멜로니 총리를 자국의 극우 성향 정치가인 마린 르펜에게 견주며 "극우에는 악습이 있다.

바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 발언에 항의하며 예정된 파리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진화에 나선 프랑스 정부는 카트린 콜로나 외교장관이 지난달 25일 이탈리아 수도 로마를 방문해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고, 화해 기류 속에 양국 정상의 첫 파리 회담이 성사됐다.

멜로니 총리의 이번 파리 방문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이 주된 목적이지만 프랑스와의 관계 회복 여부에 더 많은 시선이 쏠렸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