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사진=한경DB
K9 자주포/사진=한경DB
올해 첫 선을 보였던 방위산업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한 투자자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폴란드 이후 해외 수주 가능성이 거론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주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상품이 나왔던 초창기만 하더라도 생소했지만, 이제는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ETF가 됐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ARIRANG K방산Fn'의 일일 수익률은 8.91%로 ETF 시장에서 가장 높았다. 1월 5일 상장된 이 상품은 현재까지 42.22% 급등하며 코스피 수익률(15.67%)을 크게 웃돌고 있다. 같은 기간 해당 ETF의 순자산 규모는 146억원에서 449억원으로 300억원이상 늘었다. ARIRANG K방산Fn은 국내 방위산업에 투자하는 최초의 상품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이 상품을 157억원 순매수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 상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KAI), 현대로템, 한화, LIG넥스원 등 10개의 국내 대표 방위산업체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이들 종목은 전날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에 나선 점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 특성상 수주 과정에서 정부 간 협력은 필수다.

윤 대통령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베트남에 국빈 방문해 보 반 트엉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방산 분야 협력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앞서 방한한 판반장 베트남 국방장관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방문해 K-9 자주포 등 국내 무기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베트남은 군 현대화를 위해 앞으로 5~7년간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상당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KAI는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의 베트남 수출을 노린다. 이를 위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강구영 KAI 사장 등이 이번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함께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Arion-SMET)’./사진=공동취재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Arion-SMET)’./사진=공동취재단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월 5일부터 현재까지 91% 급등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규 수주 규모는 10조2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루마니아에서 1조원, 호주에서 5조원에 달하는 자주포 및 장갑차 수주 계약이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말 기준 수주잔고 규모는 26조9000억원 규모로 추정됐다.

일각에선 폴란드의 재정 상황을 언급하며 2차 계약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현 연구원은 "폴란드가 유럽연합(EU)에서 받아야 할 경제회복기금이 수십조원에 달한다"며 "EU랑 분쟁은 있지만 해당 기금을 받게 되면 대금을 치르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폴란드 2차 계약은 7월 이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며 규모는 8조원을 웃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주요 방산주들이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89.75% 늘어난 7158억원이었다. 현대로템과 KAI도 올해 영업익이 전년 대비 각각 50.42%, 111.33% 증가한 2219억원, 2993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