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수용 영양제, 농장 규모·사육 개체수 맞춰 지원해야"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른 19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에서 오리 농장을 운영하는 홍녹수(49)씨는 축사 내 온도가 32.7도임을 알리는 수은주를 매만지며 한숨을 토해냈다.
8년째 축사 8개 동에서 오리 4만1천여마리를 키우고 있는 베테랑이지만, 무더위가 시작하는 여름철만 되면 폭염 피해로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올해는 장기간 비가 내려 더위가 덜할 것이라는 희소식에도 홍씨의 마음은 편치 않다.
그는 "피해를 줄이는 것이 농장을 운영하는 노하우이긴 하지만, 더위에 약한 오리들의 폐사는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치솟는 기온에 고온 다습한 바람마저 더해지면서 그사이 홍 씨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비 내리듯 흘러내렸다.
행여나 이 폭염이 그대로 오리에게 전해질까 두려워, 부랴부랴 스프링클러 밸브를 연 그는 축사 내로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땀방울을 소매로 닦아냈다.
무더위에 지쳐 맥없이 주저앉은 오리들은 스프링클러가 가동될 때마다 물이 나오는 호스 부위로 모여들었고, 물방울이 맺힌 곳에 부리를 갖다 대며 목을 축이기도 했다.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간다는 특성을 이용해 '갓' 모양을 본뜬 천장에 구멍을 뚫었다.
이 틈새로 더운 내부 공기는 밖으로, 외부의 시원한 공기는 축사 안으로 유입된다고 홍씨는 설명했다.
여기에 햇빛을 차단하기 위한 검은색 차광막을 설치했고, 5분 주기로 30초간 물을 살포하는 안개 분무기를 천장에 달았다.
현재까지 전남도에 폭염으로 인한 가축 피해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지만, 홍씨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폐사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오리들의 여름나기에 도움이 되는 음수용 영양제를 지원하곤 있지만, 농장 규모나 폭염 피해에 상관없이 균등하게 지급돼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도 사육하는 개체수가 많을수록 입는 피해 또한 늘어난다"며 "농장 규모에 걸맞은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