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국인 타자 악연 끊어내고 공·수·주 맹활약
LG 오스틴 "두산전 벤치 클리어링은 KBO 문화 잘 몰라서"
단상에 오른 오스틴 딘(29·LG 트윈스)이 한국말로 "무적 LG의 오스틴 딘"을 선창하자 1루 쪽 관중석에 자리한 LG 팬들이 입을 모아 '오스틴 응원가'를 합창했다.

오스틴도 팬들도 밝게 웃었다.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두산 베어스의 잠실 라이벌전, 마지막 장면이었다.

오스틴은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고, LG는 두산을 15-3으로 꺾었다.

이날 경기 하이라이트 곳곳에 오스틴의 모습이 담겼다.

2회말 1사 2루에서 친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그라운드 홈런)이 백미였다.

오스틴은 두산 선발 장원준의 투심을 공략해 중견수 쪽으로 강한 타구를 보냈다.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달려 나와 몸을 던졌지만, 공이 정수빈의 오른쪽으로 휘면서 중앙 펜스 앞까지 굴러갔다.

오스틴은 점점 속력을 높였고, 슬라이딩해 홈플레이트를 터치한 뒤 기분 좋게 포효했다.

경기 뒤 만난 오스틴은 "공이 중견수 옆으로 빠지는 걸 확인한 순간부터 홈까지 달리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미국에서도 두 차례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친 적이 있다.

한 개는 해당 리그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 중 홈에서 출발해 홈으로 도달하는 시간이 가장 짧았다"고 '주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LG 오스틴 "두산전 벤치 클리어링은 KBO 문화 잘 몰라서"
오스틴은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선수다.

적극적으로 타격하고, 주저하지 않고 뛴다.

성적이 좋으니 이런 장점이 더 돋보인다.

오스틴은 252타수 80안타(타율 0.317), 9홈런, 48타점을 올렸다.

도루도 3개 성공했다.

유독 외국인 타자와 인연이 없었던 LG는 오스틴의 활약을 반긴다.

LG 팬들도 오스틴의 응원가를 흥겹게 부른다.

이런 적극적인 성격은 때론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오스틴은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가벼운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을 때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부터 LG에서 뛰어 KBO리그 분위기에 익숙한 팀 동료 애덤 플럿코가 오스틴을 뒤에서 끌어안으며 막아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두산 양석환이 LG 투수 유영찬의 공에 정강이를 맞았다.

양석환이 가볍게 불만을 드러내고, LG 포수 박동원이 양석환의 앞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양쪽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뛰어나왔다.

'KBO리그 정서상' 가볍게 한두 마디 건네고, 선수들이 양쪽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며 마무리될 법한 상황이었다.

실제 이날도 오스틴을 제외한 누구도 흥분하지 않았다.

오스틴은 "나는 팀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된 선수"라며 "당시에는 우리 팀 투수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다음날에 KBO리그 벤치 클리어링 문화에 관해 들었다"며 "두산 선수단에 사과한다.

사실 나는 싸움을 즐기는 선수가 아니다"라고 유쾌하게 사과했다.

장난기 가득한 오스틴도 가족이 화두에 오르면 진지해진다.

오스틴은 "미국에서 6월 셋째 주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이다.

나도 아들을 둔 아버지다"라며 "나와 가족이 타국에서 생활하는데 아버지의 날에 좋은 가족 앞에서 좋은 활약을 해 기쁘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