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 따로 사는 노인부부 증가에…배우자 학대도 늘어
학대건수 5년간 계속 증가…'재학대'도 5년전보다 67%↑
갈수록 증가하는 노인학대…학대 행위자는 '아들<배우자'
코로나19 장기화와 가족 형태 변화 등의 영향으로 노인학대 사례가 최근 5년간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노인을 학대하는 행위자(가해자)로 '아들'이 가장 많았으나, 2021년부터는 '배우자'가 최다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건수도 늘었다.

보건복지부가 15일 제7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발표한 '2022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9천552건으로 전년보다 0.8%(161건) 늘었다.

전체 신고 중 34.8%인 6천807건이 학대로 판정됐다.

학대 사례로 판정된 건수 역시 전년(6천774건)보다 0.6% 증가했다.

노인 학대 신고·판정 건수는 최근 5년간 계속 늘었다.

신고는 2018년 1만5천482건, 2019년 1만6천71건, 2020년 1만6천973건이었고 코로나 영향이 컸던 2021년 1만9천391건, 지난해 1만9천552건이었다.

신고 중 판정 건수도 같은 기간 5천188건→5천243건→6천259건→6천774건→6천807건이 됐다.

갈수록 증가하는 노인학대…학대 행위자는 '아들<배우자'
특히 이전에 신고·판정 후 종결됐다가 다시 학대가 발생한 재학대 건수가 눈에 띈다.

지난해 재학대 건수는 전체 학대 사례 중 12%인 817건으로, 전년(739건)보다 10.6% 증가했다.

재학대 건수는 5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67.4%나 늘었다.

지난해 학대 사례를 분석해 보면 배우자가 한 학대는 늘었고, 아들이 한 학대는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자가 한 학대가 2천615건으로 전체 학대 사례 중 34.9%를 차지했다.

이중 남편이 아내를 학대한 사례가 87.8%(2천295건), 아내가 남편을 학대한 경우는 320건(12.2%)이었다.

학대 행위자가 아들인 사례는 2천92건으로 27.9%를 차지했다.

학대 행위자는 2020년까지 아들이 가장 많았으나, 2021년부터 배우자-아들 순으로 바뀌었다.

배우자의 학대 건수·비중은 전년(2천455건·29.1%)보다도 늘었다.

배우자 학대 증가는 부양 의식과 가구 형태의 변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가구가 많아 아들이 부모를 학대하는 사례가 더 많았으나, 갈수록 노인 부부 둘이 사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노인 부부 가구 비율은 2008년 47.1%에서 2020년 58.4%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가구는 28.4%에서 20.1%로 줄었다.

이렇다 보니 노인 부부 가구에서 일어난 노인 학대 비중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36.2%를 차지했다.

자녀 동거 가구에서 일어난 학대는 29.9%였다.

전체 학대 사례 중 최다 행위자(가해자)는 배우자지만, 재학대 사례만 보면 아들이 행위자인 경우가 더 많았다.

지난해 재학대 건수 817건 중 아들이 행위자인 사례가 41.1%, 배우자 39.8%, 딸 7.9% 순이었다.

갈수록 증가하는 노인학대…학대 행위자는 '아들<배우자'
지난해 노인 학대 건수를 발생 장소별로 보면, 가정 내 학대가 5천867건(86.2%), 생활 시설 662건(9.7%)이다.

가정 내 학대가 훨씬 많으나 전년(5천962건)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했다.

이와 달리 생활 시설 내 학대는 전년(536건)보다 23.5% 늘었다.

이윤신 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노인 부부 가구가 증가하며 부부간 돌봄 부담이 커지고 있고, 코로나19 장기화와 맞물려 배우자 학대 사례가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배우자 학대 증가와 생활시설에서의 학대 증가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며 어르신들이 외부 활동을 많이 하면 스트레스가 줄어 배우자의 학대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며 "그러나 동시에 코로나19 기간에 제한됐던 생활시설 이동이 자유로워지며 은폐됐던 학대가 발견될 수 있는 변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인학대의 유형은 정서적 학대(43.3%), 신체적 학대(42.0%), 방임(6.5%), 경제적 학대(3.8%), 성적 학대(2.5%) 순이었다.

노인 학대를 신고한 사람이 경찰인 경우가 4천302건(63.2%)으로 가장 많았고, 친족 507건(7.4%), 학대 피해자 본인 334건(4.9%),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및 상담원 298건(4.4%),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211건(3.1%) 순이었다.

경찰이 신고하는 건수는 최근 5년간 계속 늘고 있다.

또한 노인복지법에 따른 신고의무자(의료인·의료기관, 노인복지시설·종사자 등 18개 직군 단체)가 한 신고도 지난해 1천125건으로 전년보다 30.8% 늘었다.

복지부는 이날 서울 마포구 소재 서울가든호텔에서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행사를 열고 노인 인권과 학대 예방에 기여한 개인·단체에 정부 포상을 수여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노인학대 현황 반영해 신고 및 재발방지·대응 체계를 강화한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으로 오는 22일부터 장기요양기관 내 CCTV 설치·관리가 의무화되며, 정부가 설치 예산을 지원한다.

또한 현장 조사를 거부·방해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노인학대 범죄자의 취업제한 대상 기관을 확대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나비새김(노인지킴이)'을 통한 학대 의심 신고, 조사, 관리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갈수록 증가하는 노인학대…학대 행위자는 '아들<배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