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 16명 8박10일간 독일, 헝가리 등 유럽 다녀와
시민단체 "보고서 자체가 형식적…사후 평가·공개하도록 해야"
지식백과 '복붙'에 '사진'으로 때운 9000만원 해외연수 보고서
대구 북구 구의원들이 약 9천만원을 들여 헝가리, 독일 등 유럽에 해외연수를 다녀온 후 작성한 공무국외 출장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고서에는 특정 포털 사이트 지식백과의 내용을 옮겨 담고 사진으로 분량을 채우기에 급급해 보이는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14일 북구의회에 따르면 구의원 16명과 사무국 직원 8명은 모두 8천800만원을 들여 지난 4월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유럽에 10일간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방문지에는 페스트 카운티 의회, 프랑크푸르트 시청, 뮌헨 고용센터 등 5곳의 공공기관 외에 벨베데레 궁전, 호엔잘츠부르크성 등 관광지도 있었다.

이들이 연수 후 작성한 보고서는 143쪽에 달했지만 대부분 사진이나 방문지를 단순히 소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식백과 '복붙'에 '사진'으로 때운 9000만원 해외연수 보고서
특히 방문지를 소개하는 글들이 대부분 특정 포털사이트 지식백과에 나와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놨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예를 들어 보고서 37쪽 '프라하 소개'에 1천자가량의 내용은 지식백과에 검색되는 '프라하'와 똑같았다.

반면 연수를 통해 배운 점을 구정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보기 힘들었다.

예를 들어 한 의원은 "보고서를 작성하며 느끼는 점이 많다", "오스트리아 베인나의 건물은 상가와 아파트의 편리성을 강조하는 건물로서 생활의 편리성을 많이 강조한 유럽인들의 특성이 있는 듯했다"는 등의 후기를 작성했다.
지식백과 '복붙'에 '사진'으로 때운 9000만원 해외연수 보고서
해외연수 보고서를 평가하는 장치가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북구의회 관계자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에 보고서는 제출했다"며 "심사위원들이 따로 보고서를 평가하고 그런 건 없다"고 말했다.

수성구의회는 심사위원들과 함께 '평가서 보고회'를 가져 위원들로부터 즉석에서 부족한 점이나 보완점 등을 지적받은 바가 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지식백과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썼다는 건 보고서 자체가 형식적이라는 증거"라며 "의원이 직접 쓰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를 사후에 평가하고 공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사무처장은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되는 만큼 사후 평가 심사를 하고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