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인들이 '대국민 로또6/45 추첨 공개방송' 리허설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참관인들이 '대국민 로또6/45 추첨 공개방송' 리허설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로또 관심도 없었는데…이제 복권을 한두장씩 살 것 같아요"

지난 10일 오후 MBC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신사옥에서 진행된 '대국민 로또 6/45 추첨 공개방송'에 참관한 김모 씨(50)는 "생방송 참관 전에는 '로또를 사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아들이 로또를 너무 좋아하는데 그만 사라고 혼낼 만큼 평소 로또를 불신하는 편이었다"면서도 "(방송 참관 이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로또를 구매한다는 걸 알았고, (추첨기 준비부터 리허설까지 지켜보니) '조작이 쉽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끝없는 '로또 조작 논란…'공개 생방송' 전 어땠나

로또 생방송 참관을 위해 모인 사람들. /사진=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로또 생방송 참관을 위해 모인 사람들. /사진=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최근 들어 로또에 대한 '조작 논란' 의혹이 지속 제기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복권 주관사인 동행복권은 이날 MBC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신사옥에서 로또 추첨 공개 생방송을 진행했다. 매주 로또복권 추첨 방송에는 약 15명의 일반인만 참석했으나 이날 공개방송에는 평소 인원의 10배가 넘는 국민 150명이 참석했다. 취재진과 관계자까지 합하면 2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첫 공개방송을 지켜봤다.

대규모 인원을 초청해 로또복권 추첨 현장을 공개한 것은 로또복권 발행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 국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달 15~26일 로또복권 추첨 방송 참관인을 모집한 결과, 150명 모집에 총 1704명이 신청했다. 신청 대상은 지난 6개월간 로또·연금 방송 방청 경험이 없는 19세 이상 일반인으로 한정됐으며, 추첨을 통해 참관인을 선정했다.

이날 오후 2시 25분께 본격적인 생방송 시작 6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줄지어 방송 입장을 대기하고 있었다. 참관을 위해 모인 이들의 나이대와 성별, 지역은 다양했다. 모인 이들 중 일부는 "로또 조작에 대한 의심을 풀기 위해"라고 참관 계기를 밝혔다. 전북 전주에서 왔다는 나모 씨(50) "로또 조작이 없는지 궁금해서 직접 보러왔다"며 "생방송으로 추첨이 진행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지 알고 싶었고, 추첨 방식과 관련된 전문가들의 분석 같은 것을 보고 이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이 추첨 장비 장고에서 방송 스튜디오로 추첨기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관계자들이 추첨 장비 장고에서 방송 스튜디오로 추첨기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참관인들이 스튜디오에 들어서기에 앞서 취재진을 대상으로 추첨 장비 창고를 개방하고 추첨기 설치 및 점검하는 과정을 공개했다. 추첨 장비는 보완을 위해 폐쇄회로(CC)TV와 이중 잠금장치, 봉인이 설치된 창고에 보관돼 있었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동행복권 및 방송관계자가 같이 있을 때만 창고의 문을 열고 추첨 관련 장비를 꺼낸다"며 "'비너스'라는 프랑스 제조사의 추첨기 3대를 사용하는데, 메인용 1대와 보완용 2대가 있다. 해당 추첨기들의 기능상의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추첨 장비 설치 이후에는 기자간담회가 진행됐고, 행사 1부에는 '복권에 대한 궁금증, 과학과 심리학이 답하다'라는 주제로 토크쇼가 마련됐다. 2부에는 참관인과 취재진 등이 추첨 준비 과정(추첨기 점검 등)과 리허설을 직접 관람했다. 리허설 시작 전 5년간 로또 생방송을 진행해온 MC이자 방송인 서경석은 "(로또는) 전혀 조작이 없다"며 "5년간 생방송 진행해봤는데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해 관객석에서는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동행복권 관계자가 경찰과 함께 봉인지의 번호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동행복권 관계자가 경찰과 함께 봉인지의 번호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생방송 시작 전 참관인들이 직접 생방송에 사용될 추첨 볼 세트를 고르는 시간도 가졌다. 사용되지 않는 볼 세트가 봉인되는 과정도 참관객 앞에서 그대로 보여졌으며, 볼 세트 지정 이후에는 3번가량의 추첨 테스트가 진행됐다. 관계자가 방송에 사용될 추첨 볼의 무게와 둘레 등 규격을 측정하는 한편, 경찰 관계자도 입회해 사용될 볼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폈다.

리허설을 거쳐 본 방송인 'MBC 생방송 행복드림 로또 6/45'는 오후 8시 35분께 시작됐다. 지난주 당첨 소식과 복권기금 선용 사례를 소개한 뒤 추첨이 진행됐고, 추첨 결과(당첨 번호)를 즉석에서 공개하고 생방송이 종료됐다.

"의심되는 것 많았는데"…생방송 종료 후 참관인 반응은

 홍덕기 동행복권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복권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홍덕기 동행복권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복권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생방송 종료 이후 참관인들은 로또 추첨과 관련해 "조작 의심을 덜었다", "확률 기반 게임이라는 점이 확실하니 앞으로도 희망을 걸고 구매하겠다" 등의 답변을 내놨다.

인천에서 왔다는 고모 씨(43)는 "평소 매주 로또를 사고 있는데, 로또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추첨이 되는지 궁금했다"며 "준비과정부터 생방송까지 쭉 살펴보니 조작과 관련한 의심이 어느 정도 풀린 것 같다. 이제 좀 후련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왔다는 강모 씨(30)는 "요즘 들어 로또에 대한 의혹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궁금증이 많이 풀렸고 이런 행사가 마련돼서 좋다"며 "특히 1등 다수 당첨자나 이월 문제 등이 특히 궁금했는데 이번에 다 보니 '조작이 될 수 없겠구나'라고 받아들였다. 절차에 맞게 잘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에서 왔다는 이모 씨(35)도 "로또가 평소 의심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었다"면서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첨이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왜 내 번호만 안될까'라고 평소 불만을 가졌는데, 그런 마음을 전문가가 심리학적으로 분석해준 부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리허설 당시 추첨기가 돌아가는 모습.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리허설 당시 추첨기가 돌아가는 모습.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생방송에 앞서 진행된 토크쇼에서 전문가들은 "로또는 절대 조작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바 있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자들은 로또를 단순한 무작위 확률에 기반한 게임이라고 정의한다"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간 당첨 확률이 높았던 번호를 수동으로 입력했는데, 이는 (해당 방법이 당첨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이라고 분석했다. 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도 "로또란 기본적으로 인간의 비현실적 낙관성에 근거하고 있는데, 로또의 본질은 대국민 심리서비스"라며 "로또는 인간들이 하는 착각을 극단적으로 이용한다. 로또 당첨 확률인 814만분의 1은 벼락 맞을 가능성과 맞먹지 않느냐"고 분석했다.

이번 대규모 공개 생방송 행사는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복권방송 추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알리기 위해 개최됐다는 게 동행복권 측의 설명이다. 김서중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사무처장은 "이번 방송에 많은 분을 모신 이유도 여러분들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방송을 직접 보시고 돌아가서 '로또는 녹화방송이다'라고 주변에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가 직접 보니 생방송 맞는다'고 말씀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강조했다.

홍덕기 동행복권 대표도 "최근 로또복권 1, 2등 당첨자가 다수 발생하여 복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며 "대국민 로또 6/45 추첨 공개방송을 계기로 복권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복권을 더욱 건전한 레저문화로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또 위변조 방지를 위해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개선해 나가겠다"며 "복권 시스템 예민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서 시스템을 개선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